‘기업결합제한의 예외인정’ 해당 가능성 존재… 면밀한 검토 필요
해외 거대항공사 간 M&A 사례 존재… 글로벌 경쟁 강화 디딤판
KCGI 연합, 아시아나 인수 결사반대… 재격돌 가능성 농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M&A 소문이 무성하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M&A 소문이 무성하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지난 12일 관련 내용이 보도된 직후 대한항공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만약 양사의 M&A가 성사될 경우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제한 우려와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가능성 또한 희박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어 국내 대형항공사 간의 빅딜 성사 가능성을 분석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먼저 이러한 보도가 쏟아지는 배경은 아시아나항공의 도산 가능성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별도재무제표에 따르면 부채 총계 11조5,459억원, 자본 총계 4,88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366%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결국 구조조정을 거쳐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올해 반기보고서 별도 기준 자본잠식률은 56.28% 정도다.

유가증권 상장(코스피) 기업은 최근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금 50% 이상 잠식 상태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최근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금 전액 잠식 또는 자본금 50% 이상 잠식 2년 연속을 기록할 경우엔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된다.

다만 종속회사가 있는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할지라도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반기보고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본잠식률은 49.79%에 달한다. 올해 3월에 제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 상 연결 기준 자본잠식률은 18.62%에 불과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단 반년 사이에 재무상태가 크게 나빠진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돼 자본잠식률이 50% 이상 유지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최악의 경우에는 시장퇴출로 이어져 결국 국내 대형항공사는 대한항공 단 한 곳만 남게 되고, 독과점 체제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도산으로 인한 독과점 구조 발생보다는 항공업 경영에 능한 대한항공 측에서 인수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기준에 따르면 ‘회생불가 회사’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기준에 해당되는 기업이라면 M&A로 인해 시장 독과점 현상이 나타날지라도 ‘기업결합제한의 예외인정’에 해당돼 M&A가 성사될 수 있다.

기업결합제한 예외인정 사유로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다고 인정하는 경우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결합으로서 기업결합을 하지 않으면 생산설비 등이 당해시장에서 계속 활용되기 어려운 경우 등 두 가지 항목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 공정위 측 관계자는 “당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M&A와 관련해 예단하기는 힘들고, 설사 M&A가 진행된다하더라도 인수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가 없다”며 “양사의 M&A 성사 시 점유율(여객 및 노선)이 높다는 측면은 있을 수 있지만, 경쟁제한 우려가 있더라도 인수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이다면 퇴출 되는 것보다는 인수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기업결합제안희 예외인정 사유는 구체적으로 봐야 하고 조건이 엄격하다”며 “단순히 적자가 지속되는 것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것 아니면 망한다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 해당돼 이 역시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독과점을 감안하고서라도 기업과 노동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M&A에 대한 공정위의 허가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부친 고(故)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KCGI 측과 경영권 다툼을 조금 더 원활히 풀어가기 위해서는 우군확보가 급선무인 가운데 산업은행이 그 역할을 해줄 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시스

◇ 글로벌 거대항공사 탄생, 경쟁력 강화 가능성… 산은 우군 확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가 성사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막대하다. 먼저 항공기 대수만 놓고 비교를 하면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항공기는 각각 173대, 86대로, 총 259대까지 늘어난다. 경쟁사로 꼽히는 에어프랑스(225대)보다 많아질 수 있다.

보유 항공기 대수가 많아진다면 노선 조정도 한결 수월해진다. 중복된 항공기 노선을 단일화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출 부분도 크게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12조6,834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6조9,658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19조6,492억원에 달한다. 노선 운항을 효율적으로 할 시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거대항공사 간 M&A 체결로 수익을 확대한 사례도 존재한다.

대형항공사 간 M&A는 해외에서도 종종 있었으며, 모두 거대한 그룹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M&A 예시로 △2004년 에어프랑스·KLM △2005년 아메리칸항공·US항공 △2008년 델타항공·노스웨스트항공 △2009년 브리티시항공(BA)·이베리아항공 △2010년 유나이티드항공·콘티넨탈항공 합병 등이 있다. 또 세계적인 항공그룹 루프트한자는 2005년 스위스항공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오스트리아항공, 2016년 브뤼셀항공, 2017년 에어베를린 등을 차례로 사들여 몸집을 키웠다.

특히 에어프랑스와 KLM 두 회사는 합병 첫해 수익을 50%까지 끌어 올렸고, 유럽 내 항공시장 점유율도 25%까지 높이며 유럽의 대표 항공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리티시항공과 이베리아항공의 합병으로 탄생한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은 2015년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까지 인수해 덩치를 더 키워 유럽 최대 항공 그룹 중 하나로 재탄생했다. IAG는 2015년 에어링구스 인수합병 이후 3년 평균 2.8% 수준의 흑자폭을 11.7% 수준까지 키워낸 바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에 비교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M&A는 장기적으로 내다볼 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도 ‘정부 지원 가능성’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지원이 원활히 이뤄져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체결된다면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이와 함께 내년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거나 일부 국가들과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한다면 항공 수요 증대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대한항공 역시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다소 무리수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그렇지만 산업은행 측에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M&A가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이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KCGI 3자연합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군 확보 가능성도 존재한다. 산업은행이 조 회장 편에 설 가능성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산업은행 측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매입하게 된다. 이를 현재 시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100억원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당장 이 정도의 자금을 동원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법으로는 한진칼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 거론된다. 결론적으로 지주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공동운영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대한항공과는 별도의 회사로 운영이 가능해 양사 직원들의 연봉 체계를 비롯해 갈등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선 한진칼의 자산이 필요하다. 올해 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531억원이다. 단기 금융상품을 합해도 1,000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산은을 지정해 3자배정 유증을 단행, 인수 자금으로 최소 3,000억원 수준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수 절차를 밟는다면 산은은 한진칼 지분 약 6%를 보유하게 된다.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하게 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이 된다면 조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현재 조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한진칼 지분 41.4%,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연합은 46.71%(신주인수권포함) 지분을 들고 있다.

그러나 조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측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리부터 싹을 자르려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다만 격렬한 반대에도 불사하고 한진칼과 산은 측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진행한다면 KCGI 측은 산은의 지분 취득에 반대하면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및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존재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편, 이와 관련해 산은 측에서는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