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계속되는 돌출 언행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계속되는 돌출 언행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의 속앓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추 장관이 아들의 군복무 관련 의혹으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윤 총장과 수사지휘권 발동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상황에서 추 장관을 적극 엄호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최근 추 장관이 ‘안하무인’식 돌출 언행을 계속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추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기 일쑤다. 추 장관은 야당 의원의 질의에 “소설을 쓰시네”라고 비아냥거려 야당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야당은 추 장관을 향해 “추나땡(추미애만 나오면 땡큐)”, “야당을 돕는 X맨”, “윤석열 킹메이커” 등의 비아냥거림을 쏟아내고 있다.

추 장관의 언행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반복되자 여권 내에서도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총장에게 ‘자숙’을 당부하면서 추 장관을 향해서도 “검찰개혁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는 점은 평가하지만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과 추 장관이 특수활동비를 놓고 설전을 벌이자 “추 장관은 질문에 답변해 달라. 다른 것은 말씀하지 말고 질문을 다 듣고 답변해 달라. 그렇게 좀 해주시라. 정도껏 하시라”고 제지에 나섰다.

이에 추미애 장관은 당황한 듯 “그렇게 하겠지만 질문 자체가 모욕적이거나 도발적이거나 근거가 없다면 위원장이 제재해 달라”고 말했고, 정 의원은 “그런 질문은 없었다. 협조 좀 해달라”고 잘라 말했다.

참여정부 첫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해 평검사들을 비판한 추 장관의 SNS 활동 관련 질문을 받고 “평검사가 조금 (비판)했다고 해서 장관이 SNS에 그런 글을 올리는 것은 경박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 교체론으로 이어질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언행이 ‘검찰 개혁’ 명분을 퇴색시키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13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 개혁의 본질은 뒷전이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만 부각되다보니 검찰 개혁의 피로도만 높이는 꼴이 됐다”며 “추 장관의 향후 정치 행보에 있어서는 열성 지지자들의 지지를 빨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있어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추 장관의 노골적인 ‘윤석열 때리기’가 결과적으로 윤 총장을 키우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들은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데 추미애 장관과 윤 총장이 계속 갈등을 표출하면서 국민 보기에 민망하다”며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을 대표하는 분이 싸우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총장은 임무에만 충실하면 될 것인데 뭐가 그렇게 말이 많나. 그러니까 정치 검찰총장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면서 “추 장관도 검찰 개혁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언행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모두 함께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두 인사(추미애, 윤석열)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며 “한쪽만 (인사조치)하기에도 참 애매한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너무 짜증내하지 않느냐”면서 “두 고집끼리 충돌하니 누가 말리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이 내년 7월까지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여권이 추 장관 교체를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중도에 사퇴할 경우 검찰 개혁에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 장관만 교체할 경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돼 추 장관을 교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추미애 장관은 이제 검찰 개혁이 끝날 때까지는 법무부 장관을 끝까지 할 수밖에 없다”며 “추 장관이 물러난다면 검찰 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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