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2 00:24
[하도겸의 문예노트]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가 되려면!
[하도겸의 문예노트]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가 되려면!
  • 하도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9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부처님의 마음이 선(禪)이라면 부처님의 말씀을 교(敎)라 한다. 한국불교의 전통은 선과 교를 융합한다. 따라서 선과 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서로 다르지 않다. 또한,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둘은 동등한 관계로서 추구하는 목적이 같다. 즉,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해탈(解脫)이 바로 그 목적이다.

불교의 해탈은 수행자 나아가 우리 모두의 성불(成佛)로서 모든 고통과 번뇌를 여읜 상태를 말한다. 8만4,000의 팔만대장경이라는 교장(敎藏)은 모두 ‘깨달음’을 가르치고 있다. ‘깨달음’이란 다름 아니다. 기존의 낡은 사고와 의식을 혁신할 때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성취할 수 있다는 그것부터 아는 것은 아닐까? 선이라고 해서 과정이 다르거나 교라고 해서 방법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의 마음과 말씀이 다르지 않은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여러 방편을 내세우는 선이라고 해서 궁극엔 교가 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마음을 말로 전하는 것에 부처님은 문제가 없었지만, 외운 것을 대장경에 옮겨적는 결집과 번역 등에 문제가 있을 따름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수행이 선이기도 하다.

아흔아홉의 목숨을 죽인 살인마 ‘앙굴리마라’도 부처님은 용서했다. 국법대로 처단하겠다고 내놓으라는 빔비사라 왕의 요구에 대해 ‘국법이 버리는 자라도 정법은 넉넉히 포섭한다’는 게 부처님의 입장이었다. 중생에 대한 부처님의 이러한 무한한 연민은 당시 인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하여 불교는 날로 교세가 확장됐다. 용서, 포용, 섭수. 이것은 모두 중생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실천돼야 할 요소다. 불교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해 한없이 사랑을 베풀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중 용서는 사람과 세상을 변하게 하는 큰 힘이다.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감동이 없다. 불교는 용서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종교다. 내가 불교에 빠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책 김종만 한국불교 편집장의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사진)’는 ‘벽암록’, ‘무문관’, ‘종용록’ 등 3대 공안집에 나오는 17개의 대표적인 법거량을 풀이한 해설을 담았다.
새 책 김종만 한국불교 편집장의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사진)’는 ‘벽암록’, ‘무문관’, ‘종용록’ 등 3대 공안집에 나오는 17개의 대표적인 법거량을 풀이한 해설을 담았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부처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세상 이야기를 선에서는 공안으로 읽는다. 새 책 김종만 한국불교 편집장의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는 『벽암록』, 『무문관』, 『종용록』 등 3대 공안집에 나오는 17개의 대표적인 법거량을 풀이한 해설을 담았다. 공안을 단순히 화두(話頭)로 치부해, 현학적(玄學的)으로 접근하거나 수수께끼 식으로 풀이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세상과의 교감과 소통을 위한 소재로 활용했다.

깨달음만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강조하는 선은 정법불교와 거리가 멀다. 심우도의 가르침처럼 선의 궁극적 목적은 저잣거리로 다시 돌아와 대중과 더불어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선사들도 이 점을 설파했다. 총 17편의 ‘공안으로 세상 읽기’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대중들과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해야 하는지를 과거 선사들의 법거량에서 그 교훈과 메시지를 찾았다.

이외에도 이 책은 인간의 행복과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깨달음이란 나날이 발전해 나아가는 향상일로(向上一路)의 과정이며 목표다. 향상일로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정진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다. 부처님은 그래서 “한 시도 쉼 없이 정진하고 또 정진하라”는 유훈(遺訓)을 남기셨다. 이 책은 이런 유훈을 실천적으로 알려주는 좋은 안내서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 시내 나간 김에 사서 읽어야겠다. 코로나19로 얻는 ‘소중한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래야겠다.
 

저자 김종만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1988년 <불교신문> 기자로 입사해 <주간불교신문>과 <법보신문> 편집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제주불교신문> 편집국장, <월간 붓다> 편집인, <불교저널>&<월간선원> 그리고 현재는 <한국불교신문> 편집국장으로 있다. 잠시 언론계를 떠나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원 사무팀장과 국무총리 산하 10ㆍ27법난 명예회복위원회 명예회복 추진반장을 역임한 바도 있다. 저서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선시 읽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