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당선인(사진 왼쪽)이 한미동맹 재건을 위한 행보를 보이자, 중국에서는 시진핑(오른쪽) 국가주석의 방한설에 흘러나오는 등 미중이 한국을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당선인(사진 왼쪽)이 한미동맹 재건을 위한 행보를 보이자, 중국에서는 시진핑(오른쪽) 국가주석의 방한설에 흘러나오는 등 미중이 한국을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의 전략적 위치를 이용해 신중한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은 한미 동맹 재건에 나선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설이 흘러나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바이든, 한미동맹 가치 높이는 행보 다수

바이든 당선인은 당선 확정 나흘만인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 앞서 11일(현지시간)에는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공원을 찾았다. 바이든 당선인의 이같은 행보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한미동맹 강화 내용을 담은 결의안 2건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상호 이익이 되는 글로벌 파트너 관계 형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한미 방위비 분담금(SMA)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했고, ‘상호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다년간의 협정 체결’을 강조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해당 결의안을 발의한 사람은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톰 수오지 민주당 의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교를 ‘거래’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는 다를 수밖에 없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한미 동맹의 가치를 재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행보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르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2회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은 우리 측에 SMA 증액을 요구하며 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를 뺄 것을 주장했고, 문재인 정부의 숙원사업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등 어깃장을 놓는 분위기였다. 당초 예정됐던 공동기자회견도 미국 측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 중국도 시진핑 방한 추진 등 분위기 전환

중국도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다소 달라졌다.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 취소되자 한국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던 왕이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왕 부장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가에서는 왕 부장이 이달 말 한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 중으로, 24~25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이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해 한중일 정상회담을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중국의 이같은 행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 한중일 협력을 미국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섞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 현지에서는 시 주석의 연내 방한설이 언급되기도 한다. 시 주석이 연내 방한해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풀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18일 세미나에 참석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제일 먼저 방문하는 나라로 한국을 지정했다”며 “그것에는 변함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 주석의 방한 여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 미중 사이 균형외교 더욱 중요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SMA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해 압력을 행사하고, 중국은 한국 전쟁 왜곡에 나섰다. 여기다 방탄소년단(BTS) 수상 소감을 문제삼아 반한(反韓) 감정을 조장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한국이 미중 갈등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아닌, 미중이 한국을 배싱(bassing·때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을 견제하며 한미 동맹 재건에 나서자, 중국도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는 등 한중관계 강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모두에게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현재, 문재인 정부의 균형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이 최근 역내포괄적경제협정(RCEP)에 가입하면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RCEP에는 중국도 참여해 있는데, 바이든 당선인은 ‘RCEP 가입을 검토하겠냐’는 질문에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는 등 상대적으로 한국의 외교적 부담이 적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무역체제를 복원해 동맹 국가와 연대해서 중국 압박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어서 한국의 외교전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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