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과 함께 정책 공약 구상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과 함께 정책 공약 구상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군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사들이 스스로 출마 의지를 피력하면서 안갯속에 있던 선거판이 형체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관전 포인트는 야권 단일화다. 국민의힘은 다수 후보군이 있음에도 정작 선거를 승리로 이끌 인물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유력카드지만 이들은 내후년 대통령 선거에 직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승산을 높이기 위해서 당 밖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금태섭 전 의원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야권 단일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이 하나 둘 출사표를 던지는 이때 국민의힘이 야권연대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주목된다.

◇ 이혜훈·박춘희, 출마 공식화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강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마포포럼은 김무성 전 의원을 필두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단체다.

이 전 의원은 출마의 변을 통해 “그동안 서울시장 자리는 대권용 디딤돌처럼 인식돼 자기 브랜드 만들기와 집권기반 다지기에 치중하느라 서울시민 삶은 뒷전이었다”며 “‘정치서울’을 끝낼 ‘경제시장’이 필요하다. 이혜훈이 답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서울지역 3선(서초갑)을 지내 야권 경제통으로 꼽힌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허니스카이(신혼부부 등에 한강변 재건축단지 초고층 전용동 공급) △서울블라썸(강북 강서 4개권역에 80층 규모 직장·주거·의료·문화 등 일체형 시설 건립) △청춘프리패스(19~30세 청년 지하철 요금 무료) 등을 제시했다.

이 전 의원은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에 이어 두 번째로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됐다. 박 전 구청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심장 서울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어 정권교체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인사들의 ‘출사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선동 국민의힘 전 사무총장은 25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나경원·오신환 전 의원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등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꾸준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초선 의원들도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초선이나 신인이 (선거에) 나올 것”이라며 “윤희숙·김웅 의원 등 다른 초선들도 지속적으로 추천받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았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았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야권연대 불가피… 방식·조건 조율이 관건

국민의힘 후보군 진용이 곧 완비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당 외 인사들도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보이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거듭 제기된다. 연대 방식이나 조건에는 각자 이견이 감지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전날(18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감당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감당할 것”이라며 “책임감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탈당하고 바로 국민의힘에 들어가 당내 경선을 한다는 것은 국민 보기에 별로 좋지 않다”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여러 협력과 경쟁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대하려는 모든 세력이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해야 ‘곱셈의 연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일대일로 싸우면 선거에서 굉장히 불리할 가능성이 높기에 야권 전체가 힘을 합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앞서 야권에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안 대표는 “바로 선거 경선에만 돌입하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먼저 모여서 우리가 만들 대한민국 모습이 어떤 것인지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부터 의견을 내고 합의하고 국민들께 알려야 야권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야권연대 없이 민주당을 이기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높은 인지도와 중도 확장성을 가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직행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여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현 국민의힘 후보군은 중량감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도 야권 전체로 판을 넓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등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지만, 최근 강연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문지기라도 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고려할 때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내년 보궐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없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안 대표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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