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전날(19일)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오히려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큰일 났습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득 재분배를 위한 예산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대한민국 양극화로 우리 사회 등뼈가 부러져 나가고 있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2021년 예산안은 그 절박함이 정말 묻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냐”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홍길동이 사라지고 있다. 보통의 자산과 보통의 소득, 보통의 안전을 누리는 보통 국민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며 “그 대신 평일에도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인 골프장의 긴 대기자 명단과 매일 배송에 힘들어 죽어가는 저의 동갑내기인 고(故) 김원중 선생님만 보인다”고 상반된 현실을 부각했다.

조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의 목표가 재분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 보조금 등 불필요 예산을 삭제하고 서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예산을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자부 예산에 현대모비스를 총괄기관으로 하는 예산이 169억이나 배정돼 있다. 대기업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아직도 필요한가”라며 “이런 덕지덕지 묻은 보조금을 다 발라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들에게 지급된다고 생각되는 보조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차 추경에서 우리 3조9,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소상공인에게 지원되는데 실은 알고 있지 않는가”라며 “이 돈은 이분들에게 임대료를 받는 건물주를 위한 지원금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소득 불평등을 위해 정말 도움이 되는 개인과 가계 보조금은 우리 너무 인색하다”며 “′이 사람 정말 가난한 거 맞아?′, ′게으른 거 아냐?′, ′사례가 없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는 대답만 계속적으로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다 보니 세금을 거둬 예산을 쓰는 과정에서 소득의 양극화는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다. OECD 꼴등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형 뉴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단순 과거 ‘뉴딜 사례’를 떠올리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시대가 다가오고 사회가 디지털화·로봇화 되는 상황에 맞는 새로운 ‘사회적 재계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가장 중요한 수단은 돈이 아니라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식어가는 시장의 역동성을 재발화 시켜야 한다”며 “예산은 시장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본소득과 같은 신(新)복지 체제를 구축하는 마중물을 오히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여기저기서 한두 장 때문에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국가가 주는 보조금을 쉽게 따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데 그 소리가 더욱 증폭되지 않을까 두렵다”며 “수많은 국민의 인생을 갈아 넣어서 낸 세금을 허공에 태워 버리는 허무한 돈 잔치가 될까 두렵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특히 예산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을 향해 “내 일자리가 다음 달에 정말 있을지, 내 임대료가 오르지 않을지 하는 국민의 마음으로 예산을 심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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