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청결제(가글액)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연일 300명을 넘어서면서 전국적인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비누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강청결제(가글액)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다시금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글액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및 실험 결과가 전해지고 있어서다. 

◇ 가글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박멸?… 구강청결제, 바이러스 예방 효과 놓고 ‘의견분분’

최근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가글이 코로나 예방에 도움 된다고 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최근 뉴스를 통해 구강청결제를 이용해 입안을 잘 헹궈주면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는 내용을 접했다”며 관련 보도를 게시글에 함께 첨부했다. 

최근 국내 언론은 BBC방송 등 외신 보도를 인용해 영국 카디프대학교 연구팀의 실험 결과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17일(현지시간) 카디프대 시스템 면역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구강청결제가 침 속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유망한 징후’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카디프대학 시스템 면역 연구소 연구원들은 에탄올 및 에센스 오일, 염화 세틸피리디늄(CPC), 포비돈아이오딘(PVP-I)을 함유한 구강청결제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실험했다. 실험에 사용된 제품 3개중 2개에는 CPC가 포함됐다. CPC는 구강청결제에 주로 쓰이는 물질이다. 나머지 한 개 제품에는 계면활성제인 에틸라우로일알지네이트(LAE) 23%가 함유됐다. 해당 실험은 인체 구강 구조를 모방한 형태의 통제된 시험관에서 진행됐다. 

실험을 이끈 리처드 스탠튼 박사는 “잇몸병을 치료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구강청결제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다른 연관된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실험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노출된 지 30초 내에 사멸했다고 게 연구팀의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아직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았고 전문 의학 저널에 실리지도 않는 상태다. 연구진들은 이번 실험을 토대로 웨일즈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키로 했다. 

연구진은 향후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시, 구강청결제 사용이 새로운 예방 수칙의 방법으로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직접적인 치료제가 되기 어렵겠지만 손 씻기 등과 같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구강청결제(가글액)의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효과 여부는 이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사왔던 내용이다. 구강청결제가 입 속 세균 박멸의 효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실제로 일부 과학자들이 이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의학계 “아직 근거 없어, 치료 및 예방 효과 기대키 어려워” 

지난 8월 독일 보훔 루르대는 구강청결제로 입안을 헹구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감염학회지에 공개된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독일 약국에서 판매 중인 8종의 구강청결제에 침을 대신할 감염 방해 물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넣고 30초간 흔들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구강청결제에서 바이러스 역가가 낮아졌고, 특히 3종은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의학계에선 구강청결제의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및 감염 예방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학적인 검증이 안 됐을 뿐 아니라, 설령 일부 효과가 있더라도 일시적이라는 의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연구진은 구강청결제로 가글을 해도, 효과는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세포 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순 없기 때문에 코로나19를 치료하거나 감염 자체를 차단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의학계에선 구강청결제의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및 감염 예방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감염이 된 단계라면) 바이러스는 폐에서 계속 나오고 증식을 하게 된다”며 “구강을 세척해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건 일시적이다. 가글링이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가글 만으로는 세포 내 바이러스 증식 자체는 억제할 수 없는 만큼 바이러스 퇴치제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입 속의 가글 성분이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는 특성을 가진 이상, 예측 불가능한 감염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 그는 최근 일부 연구진의 실험 결과도 확대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확한 임상 실험 결과가 나온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떤 의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임상실험 결과로 발표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연구 내용을 믿고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 등 예방 수칙을 소홀히하면 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가글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는 정보가 확산돼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금물 또는 식초로 가글을 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제거된다는 루머가 온라인상에 퍼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가 이런 거짓 정보를 맹신해 소금물을 분무기에 담아 신도들의 입안에 뿌린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아직까지는 가글액이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일부 과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가글액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임상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고 있는 만큼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지만, 포털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문구를 넣은 구강청결제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현재까지 가글액이 구강 청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 외에는 밝혀진 내용이 없다”며 이 같은 상품 광고에 우려를 보냈다.  
 

※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아님
 

근거자료
- 영국 BBC의 카디프 대학 연구진의 ‘구강청결제 이용한 코로나바이러스 사멸 실험’ 관련 보도

https://www.bbc.com/news/uk-wales-54971650
- 미국 감염학회지(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독일 보훔 루르대 연구 내용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20-08/rb-mcr081020.php
-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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