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1 23:37
[공수처법 개정 초읽기] 국민의힘, 장외투쟁 나설까
[공수처법 개정 초읽기] 국민의힘, 장외투쟁 나설까
  • 정호영 기자
  • 승인 2020.11.20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연내 공수처 출범을 위해 걸림돌인 야당 비토권(거부권)을 현행법에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 결사 저지를 예고했다. 다만 대국민 여론전 외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 중진들을 중심으로 ‘장외투쟁’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 공수처법 개정 25일 못박은 민주당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0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수처는 우리 국민이 오래 기다렸는데 소수의견 존중 규정 악용으로 국민 기다림이 배반당했다”며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법사위가 지혜를 모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거론한 ‘소수의견 존중 규정’은 야당 비토권을 뜻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법원행정처·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 각 1명과 여야 교섭단체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는 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을 득한 후보 2명을 추린다.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고, 최종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야당(국민의힘) 몫 추천위원 2명 전원이 특정 예비후보에 반대표를 던지면 공수처 출범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이같은 비토권은 당연직·여당 몫 위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나 야당 추천위원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야당 비토권으로 인식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지난 18일 예비후보 10명을 대상으로 최종 협상에 나섰지만, 사실상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추천위는 다수 득표자 4명까지 추렸지만 6표 득표자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전현정 변호사·김진욱 헌법재판소 연구관이 5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함부로 법을 바꿔 자기들 마음에 드는 공수처장 같지 않은 처장을 임명하면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19일) 의원총회에서 오는 23일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 원점 재검토를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추천됐던 후보가 모두 부적격자라면 다시 후보를 공모해서 추려보자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이같은 요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공수처법 개정 절차를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은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25일 의결할 방침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25일 법사위 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이 상임위를 넘어서면 내달 2일 본회의까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유상범, 전주혜, 조수진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김도읍 의원실 제공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유상범, 전주혜, 조수진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김도읍 의원실 제공

◇ 고개 드는 장외투쟁론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시도에 대한 국민의당의 저지 수단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실효성 있는 저지 수단이 무엇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논의하겠다”고 답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김도읍·유상범·전주혜·조수진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헌법재판소를 찾아 항의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2월과 5월에 제기한 공수처법 관련 위헌심판 청구 결과를 서둘러 내달라는 취지다.

이들은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시급한 위헌적 법률에 대해 헌재가 결정을 빨리 내려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며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발(發) 여야 대립이 국민의힘에 난처한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당 일각에서는 장외투쟁까지 거론된다. 여당이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에 보장된 반대마저 다수 힘으로 뜯어고쳐 짓밟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것”이라며 “이제 국회를 버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장 의원은 또 “국회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따뜻한 국회에 앉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무법천지가 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전면투쟁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폭정을 어떻게 막아세울 것인지 우리 당의 노선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며 “투쟁의지를 다시 세우고 지혜를 모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야당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밖에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대표도 “공수처는 막는 시늉으로 끝나고 종국에 가서는 머리 숫자 타령을 할 것”이라며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딸 생각은 하지 않고 감나무 밑에 편하게 누워 감이 입으로 떨어져주기만 바라는 야당 지도부의 무사 안일을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장외투쟁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재확산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섣부르게 국회 밖으로 나갔다가 되레 국민 반감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외투쟁은 국민 정서와 코로나 현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