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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광고회사 대리였던 봉준영 감독, ‘제2의 봉준호’를 꿈꾸다
2020. 11. 2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봉준영 감독이 첫 장편 연출작인 ‘럭키 몬스터’로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영화사 그램
봉준영 감독이 첫 장편 연출작인 ‘럭키 몬스터’로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영화사 그램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봉준영 감독은 광고회사에 다니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영화를 시작했다. 그의 롤 모델인 봉준호 감독을 배출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입학해 영화를 배웠고, 재학 중 제작한 단편 영화 ‘헤르츠’(2016)가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에 후보로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인 ‘럭키 몬스터’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공식 초청된 데 이어, KTH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오는 12월 3일 개봉을 확정하면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됐다.

‘럭키 몬스터’는 빚더미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 분)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 분)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 분)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럭키 몬스터’는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매력이 가득 담겨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물론, 블랙코미디부터 로맨스‧스릴‧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 단숨에 극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봉준영 감독의 독특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인물의 내면 심리를 ‘환청’에 이어 ‘럭키 몬스터’라는 인물로 시각화해 흥미를 자극했고, 인물마다 변화하는 조명, 과감한 사운드 효과와 다양한 카메라 움직임 등을 활용해 극을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럭키 몬스터’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사 그램
‘럭키 몬스터’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사 그램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봉준영 감독은 평소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면서 “한 사람이 주위 환경과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럭키 몬스터’의 시작을 밝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개봉까지 앞두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되긴 하지만, 개봉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가 굉장히 독특했다.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장르물을 하고 싶었고 처음 시작은 장르적 색채가 훨씬 더 강했다. 납치극, 재납치 쪽이었다가 시나리오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인물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흐름 속, 한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도맹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말 그대로 맹수로 변화한다.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도맹수는 강하고 냉정하고 독립적인 이 사회를 살아가기 적합한 포식자가 된 거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은 이런 포식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닥친 총체적 난국이자 비극이다. 여기에서 오는 씁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환청을 이미지화한 것도 흥미로웠다.
“환청이라는 게 사운드적인 것도 있고, 인간의 내면 심리와도 관련이 있다. 평소 내면 심리에 관심이 많다. 리얼리티만 있는 것보다 환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싶었다.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않나. 환청이라는 소재가 인물의 변화에 따라 존재감이 점점 커지게 되면서 영화 중반에서 시각화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끄럼틀에서 (럭키 몬스터가) 등장하도록 했다.”

-럭키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에 대해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둘(맹수와 럭키 몬스터) 사이의 관계가 계속 변한다. 처음에는 럭키 몬스터가 성가신 존재이고 괴롭히는 존재였지만, 복권에 당첨되는 순간부터 동반자 같은 느낌이 된다. 맹수가 다시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하게 되고, 자신이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이 극에 달하는데, 가장 극에 달했을 때 럭키 몬스터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럭키 몬스터는) 맹수의 내면과 관계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놀이터라는 이상한 공간에서 이상하게 등장한다. 자기 생활 패턴이나 사고방식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맹수가 유아적이고 퇴행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에, 유아적인 공간에서 등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특한 매력의 영화 ‘럭키 몬스터’. 사진은 장진희(왼쪽)과 김도윤 스틸컷. /영화사 그램
독특한 매력의 영화 ‘럭키 몬스터’. 사진은 장진희(왼쪽)과 김도윤 스틸컷. /영화사 그램

-캐릭터 설정도 흥미로웠다. 맹수가 아이 같기도 하고 찌질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폭주하는 인물이었는데. 
“사람이 위기에 몰리고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이 커지다 보면 방어벽을 쌓을 수 있는데, 퇴행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맹수가 방방장을 가거나 하는 행동들이나, 아내가 돌아왔을 때 안기는 모습들이 다 유아적이다. 열등감이나 내면의 위기에 대한 돌파구로서 퇴행성이 있는 캐릭터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본의 아니게 큰돈을 얻게 되는데, 정상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더 광적으로 변하거나 더 본성에 가까워지게 된다고 설정했다.”

-복권 1등에 당첨된 맹수가 처음 돈을 쓴 것은 배달음식 주문이었다.
“맞다. ‘자동차 사거나 부동산에 가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웃음) 그런데 (맹수는) 해오던 습성이 있다 보니 돈 쓸 줄 모를 거라고 생각을 했다. (아내가 돌아왔을 때) 호텔이나 훨씬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는데 경양식 집에 간다거나 오락실에 데려간다. 익숙한 공간에서 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돈 쓸 줄도 모르는 거다.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극 초반 코믹한 분위기로 가다가 극 중후반부터 스릴러로 장르가 변주된다. 톤 조절을 어떻게 하고자 했나.
“시나리오 발전 단계에서 영화의 톤이 너무 많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확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영화는 불편할 정도로 선을 넘어가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초반엔 관객을 이 인물에 몰입시키고, 관객과 접점을 만들려면 유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코믹한 요소를 담았다.”

-시대가 과거가 아님에도 레트로적인 느낌이 강했다. 이유가 있나.
“시대를 특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작품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도 그렇고 인물의 복장도 그렇고, 소품도 그렇고 레트로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지금 여기, 리얼리티라는 느낌보다 환상인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이긴 한데 옛날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맹수 자체가 광적이고 정상이 아닌 캐릭터긴 하지만, 이런 면이 인간한테 본성으로 조금씩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맹수는 너무 극화된 것이긴 하지만, 하나의 원형처럼 보편적인 인물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봉준영 감독. /영화사 그램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봉준영 감독. /영화사 그램

-장면 하나하나 독특하고 공들인 느낌이 들었다. 연출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반복’이 주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소품이 있을 때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쓰이거나 맥락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다. 앞에서 나왔을 때와 뒤에서 나왔을 때 계속 변형되는 연결고리를 주려고 했다. 녹즙기만 해도 들고 다니는 소품이기도 하지만, 상징되는 것이 녹색이고 녹색은 초식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또 건강을 위해 뭔가를 갈아 마시는 기계인데 나중에는 피를 뽑는 기계로 변형돼서 인식된다. 그렇게 소품을 활용하고자 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감독이 되기 위해 회사를 관뒀다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광고회사에서 4~5년 정도 일했다. 대리까지 달고 나왔다. 원래 영화에 뜻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취업을 했었다. 전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다. 창작 중 가장 하고 싶은 매체였다. 영화는 다 할 수 있다. 사운드도 할 수 있고 영상으로 만들 수 있고 배우들도 있고 다 있다. 스토리도 쓸 수 있다. 나중엔 CG도 도전해보고 싶다. 영화는 재밌고, 다양한 걸 다 시도해볼 수 있다. 영화하고 후회한 적 단 한 번도 없다.”

-꿈을 키우는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
“어머니다. 어머니가 되게 늦은 나이에 등단을 하셨다. 50대 넘어서 시인으로 등단하셨는데, 어렸을 때도 내가 뭔가를 쓰면 이상하게 하더라도 잘 했다고 해주셨다. ‘그래, 그렇게 할 수 있지’ 하면서 격려해 주셨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재밌는 걸 만들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걸 넣어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그 재미가 사람마다 다르니까… 기본적으로 내가 재밌는 걸 만들고 나서 (관객들이) ‘이 부분은 나도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앞으로 (영화를) 만들수록 커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