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주주 의결권 0% 제한” 경제개혁연대 주장은 논리적 비약 반박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3%룰 관련 해외 사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뉴시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3%룰 관련 해외 사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상법 개정안의 이른바 ‘3%룰’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공식입장을 내고 시민단체의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최준선 교수는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식회사 대주주의 의결권이 0%로 제한되는 국가가 있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주장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스라엘과 이탈리아는 대주주 의결권을 3%보다 더 낮게 0%로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경제개혁연대의 논평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기사에서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9일 “재계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자 최준선 교수는 지난 22일 공식입장문을 내고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을 재차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이스라엘의 사례에 대해서는 “특정한 경우에만 대주주 및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 없이도 사외이사가 재선임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며 “이를 두고 사외이사 연임 시 무조건 대주주 의결권이 0%인 사례인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라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는 “2011년 3월 8일에 개정되어 2011년 5월 14일(일부 조항은 9월 15일) 시행된 이스라엘 회사법 영어 번역본을 전거(典據)로 해 말씀드린다”라고 전제한 뒤 이 같이 밝혔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상장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최초 선임되기 위해선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뒤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고, 특히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없는 주주의 과반수도 찬성해야 한다. 다만, 이때 각 주주의 의결권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한 사외이사에 재선임되기까지의 의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임기를 마친 사외이사를 회사가 재선임 후보로 추천한 경우다. 이때는 앞서와 같은 찬성을 얻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의결권에 제한은 없다. 

두 번째는 회사가 아닌 1% 이상 주주 또는 사외이사 본인이 재선임을 추천한 경우다. 이때는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없는 주주들의 과반수이면서, 전체의 2% 이상 찬성이면 재선임이 가능하다. 

최준선 교수는 “두 번째 경우에만 대주주 및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이 없어도 사외이사가 재선임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사외이사 재선임시 무조건 대주주 의결권이 0%인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애초에 사외이사를 최초 선임할 때 이미 대주주의 의지가 반영됐고, 의결권도 전혀 제한되지 않았다. 따라서 두 번째 방식으로 재선임 된다 하더라도 대주주의 의사가 도외시되거나 의결권 행사가 0%인 것은 아니다. 소수주주만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탈리아의 사례에 대해서도 “2020년 10월 14일부터 시행되고 있는(In force from 14 October 2020) 현행 이탈리아 증권거래법(정확히는 금융통합법) 영어 번역본을 근거로 했다”고 강조하면서 “이탈리아 증권거래법상 최대주주는 투표 후에 결정되기 때문에 사전에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개념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특정 후보자가 아닌 후보자 명부에 투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5%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 및 펀드연합은 모두 후보자 명부를 제안할 수 있다.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후보자 명부에서 이사회 구성원을 선임하며, 적어도 1명의 이사는 차순위 후보자 명부에서 선임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실제 지분이 아닌, 후보자 명부 득표에 따라 최대주주가 결정된다. 따라서 애초에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최준선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1순위를 차지한 후보자 명부가 아닌 다른 후보자 명부에 투표했다고 해서 의결권이 0%인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준선 교수는 “예외적인 경우로, 현실적으로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있으면 그 자가 1순위 후보자 명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 빗대어 보면, 한국의 65개 대기업 그룹의 최대주주가 이 정도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 결국 중견·중소기업들이 타깃이 되어 곤란을 겪을 것이다. 이탈리아 방식은 결과적으로 누가 최대주주가 될지 예측이 불가하고 다양한 책략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한국이 이를 본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팩트를 확인하고 건전한 토론과 학문 탐구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다”며 “이번 논쟁이 다소 무익하기는 하나, 이를 통해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서도 팩트를 기초로 한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한 경위를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이스라엘과 이탈리아는 상장회사가 각각 447개사(2019년 6월 기준), 455개사(2020년 9월 기준)로 많지 않고, 글로벌 100대 기업은 없다”면서 “상장회사 수가 2,235개(2020년 9월 말 기준)이고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모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 경제 대국과 경쟁해야만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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