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강창일 주일본대사 내정자.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으로 알려진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주일본대사로 내정된 것은 한일 관계를 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강 내정자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동경대로 유학해 동양사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도쿄대 객원교수로 재직하다가 17대 총선에서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에서도 일본 관련 활동에 앞장서왔다. 2012년부터 한일의원연맹 부회장과 간사장을 역임한 뒤 2017년에는 회장까지 했다. 또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당시 회장 신분으로 청와대와 교감하며 의원외교를 이끌기도 했으며, 올해 1월에는 도쿄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자민당)과 만찬 회동을 하고 강제징용 문제 등을 논의했다.

강 내정자는 ‘일본통’이지만 한일관계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4일 의원총회에서 “정치 논리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킨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은 간교하고 치졸하다”면서도 “대한민국 정부도 원칙과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다”고 양측을 비판했다.

이달 들어 박지원 국정원장과 한일의원연맹 의원들이 연이어 일본을 찾았고, 문 대통령은 ‘일본통’으로 꼽히는 강 내정자를 주일대사로 발탁했다.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는 물론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곧 출범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와는 달리,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는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강 내정자는 스가 총리의 외교 자문역 역할을 하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강 내정자는 지난 1월 니카이 간사장을 면담한 바 있으며, 박 국정원장이 이달 초 일본을 찾아 스가 총리를 면담할 수 있었던 것도 니카이 간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한일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며 “그래서 정통 외교관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이번 인사를 두고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3일 “문 대통령이 지일파로 알려진 원로 정치인 강 전 의원을 주일대사로 기용한 것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지지통신도 “전후 최악으로 평가받는 한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일파이자 일본 정계에도 인맥이 있는 강 전 의원을 주일대사로 기용해 한일 관계를 재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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