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주한 일본대사관은 지난 20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이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이달 중 확정할 것이며, 정확한 일정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연내일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도쿄올림픽 이전이 될 것으로 전해 빠른 시일 내 방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붕괴 이후 원전의 냉각수와 지반 지하수가 녹아내린 핵연료와 접촉해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 측에 따르면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120만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남아있으며, 매일 170톤씩 증가하는 상황이다.
오염수 배출 방식의 경우, 한국 등 국제 사회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바다에 오염수를 배출하는 해양 방류 방식이 유력하다. 일본 정부의 결정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으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주한 일본대사관이 입장을 발표한 20일 영덕군의회는 제2073회 정례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우리니라 국민들의 우려처럼 우리나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정말로 위험한 것일까.
◇ 환경단체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오염수에 포함된 다른 방사성 물질도 위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출 시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 물질 ‘삼중수소’ 문제다. 삼중수소(트리튬)은 수소의 방사선 동위원소 중 하나다.
20일 진행된 주한일본대사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오염수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삼중수소로 인한 건강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과학적으로 정해진 배출 기준을 만족시키도록 희석해 방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중수소는 이미 자연 상태에 존재하고 있는 방사성 물질로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한다 해도 대소변, 땀 등의 형태로 체내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삼중수소로 인한 내부 피폭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유럽방사성위원회는 삼중수소가 체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세포사멸, DNA 등 유전적 손상, 생식기능 저해 등의 위험성이 늘어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아울러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삼중수소 이외의 물질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출될 오염수에서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해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 후 해양 방류할 계획이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방사성 농도를 불검출 수준으로 낮추기를 포기하고 배출 허용 기준을 상향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2018년 9월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저장된 오염수 수십만톤에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그 농도는 해양 방출 허용 기준보다 높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가 도쿄전력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처리수 6만5,000톤 중 스트론튬-90의 농도가 규제 기준보다 100배 이상 높다. 스트론튬-90이란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의 핵분열과 자연계에 존재하는 토륨으로 적당한 반감기와 핵분열로 많은 양이 생성되기 때문에 고농도의 경우, 위험할 수 있다.
그린피스 측은 “도쿄전력은 ALPS 처리기술로 스트론튬-90 등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배출허용 기준이하로 낮출 수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도쿄전력은 지난 2018년 ALPS의 실패를 인정했으며, ALPS가 불검출 수준으로 오염수를 처리 및 정화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2013년부터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탄소-14, 삼중수소처럼 체내 탄소와 물 분자를 변이시킬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은 걸러내지 못한다”며 “2차 ALPS 처리가 오염수를 안전하게 정화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예측은 ALPS의 기술적 실패를 옹호하는 논리이자 일본 정부의 환상”이라고 전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 역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위험한 수준의 탄소-14가 오염수에 함유된 사실을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시민과 한국·중국 등 이웃 국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핵종들이 바다에 방류되면 수중의 다른 방사성 핵종들과 함께 접촉 생물의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바다에 큰 위험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원자력 전문가들 “우리나라에 영향 적을 것”
하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에 큰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오염수를 방출할 경우, 태평양해류를 따라 흘러들어가 오염농도가 급속히 희석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냉각수가 유출됐던 2011년 3월부터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 및 수산물을 분석했다. 하지만 분석결과 동태평양 방향으로 진행하는 일본 동북해역 해류의 특성 때문에 국내 해역에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원자력학회에서 발간하는 원자력학회지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에서 지난 9월 발간한 논문 ‘후쿠시마 처리수의 해양 및 대기 방출로 인한 공공 방사선양 평가’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에 보관된 모든 방사성 핵종이 추가 정화 없이 1년간 지속해서 해양으로 방출하는 것을 가정한 결과, 해양 방출일 경우 일본과 한국의 일반인이 받을 방사선 선량은 각각 연간 0.85μSv와 연간 0.000014μSv로 평가됐다. 피폭선량 수준이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인 1,000μSv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낮은 수치라는 것.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2월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는 국제관행에 부합한다”며 “전세계 원전에서 비상사태가 아닐때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해양으로 방류할 경우, 태평양 해수에 희석이 돼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까지 오려면 해류를 타고 와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개월, 수 년의 시간이 걸려 더욱 낮은 농도로 희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희석될 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위험도는 대략 7,000만분의 1 정도로 떨어질 것이므로 거의 문제가 없다”며 “태평양에서 섞이고 돌고 돌면서 희석된 방사성 물질을 물고기 등 해산물들이 섭취하고 그것을 인간이 먹는다해도 실질적 위험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대학교 주한규 교수는 “후쿠시마 해양 방류는 실질적인 건강 영향이 없다고 과학적으로 판단한다”며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국민과 세계인에게 후쿠시마 사고 자체에 대해 유감표명이나 사과를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