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슈에 내홍을 겪던 국민의힘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조건 찬반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국토부에 검증 과정을 밝히라고 압박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동남권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 부산시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슈에 끌려다니던 국민의힘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슈가 부상될 때마다 TK(대구ㆍ경북)와 PK(부산ㆍ경남)로 나뉘어 내홍을 벌여왔다. 반대도 찬성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국민의힘이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출구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 신공항 내홍 출구전략

내홍의 발단은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안(案) 백지화다. 김해신공항 확장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국민의힘은 TK 지역 의원들과 PK 지역 의원들이 서로 다른 행보를 하며 당이 분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TK지역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반발하고 있는 반면, PK지역은 가덕도 신공항을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의원 간 분열을 우려한 국민의힘은 지난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여론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야당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이슈몰이를 하는 것이라 보고, 분열하지 말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합의한 지 하루만인 지난 20일 국민의힘 PK의원 15명은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민주당에 앞서 발의했다. 그러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불쾌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주 원내대표는 특별법 발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와 논의도 없이 부산지역 의원들이 (법안을) 낸 것에 대해 (원내대책)회의에서 강하게 질책했다”며 “정권과 민주당이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대구 수성갑이다. 

국민의힘이 신공항 사업을 두고 양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의 보수 정당 계열은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영남권 신공항 사업이 수면 위로 오를 때마다 TK·PK 갈등이 벌어진다. 이번 역시 해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셈이다. 하지만 무조건 반대를 하기엔 PK 민심이 흔들리고, 찬성하면 TK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데다 가덕도 신공항을 이슈로 띄운 민주당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돼 출구 전략을 고심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갈등하던 국민의힘에서 최근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비대위 회의에서 “김수삼 검증위원장이 (기존의) 김해공항 확장안을 취소한 적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김해신공항 추진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그 계획이 변경됐는지부터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의 이 발언은 검증위 발표 당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던 모습에서 다소 누그러진 입장이다. 이에 김해신공항 재검증 과정에 의혹을 제기,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가라앉도록 하고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도 되도록 출구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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