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당근마켓이 최근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싸였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당근마켓이 최근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싸였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국내 중고거래의 대명사는 ‘중고나라’였다. 그런데 최근 막강한 대항마가 등장해 매섭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당근마켓’이다. 하지만 부쩍 커진 존재감만큼이나 성장통도 잇달아 나타나면서, 성장이냐 정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좀처럼 풀기 쉽지 않은 ‘난제’를 어떻게 해소해나갈지 주목된다. 

당근마켓은 스마트폰 모바일앱과 지역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크게 늘려왔다.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스마트폰 모바일앱과 지역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크게 늘려왔다. /당근마켓

◇ 중고나라 대항마로 급성장한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첫 선을 보인 ‘판교장터’를 뿌리로 두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8년경이다. 2017년 12월 50만명을 돌파한 월 방문자수가 2018년 8월엔 100만명, 2019년 2월엔 200만명, 2019년 7월엔 3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9월 기준 월 방문자수는 1,0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중고나라라는 거대한 존재가 있었음에도 당근마켓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뚜렷한 차별성 때문이다. 중고나라는 오래전부터 이어온 인터넷 카페 형태의 웹 기반인 반면, 당근마켓은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해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철저히 지역을 기반으로 했다. 당근마켓이란 이름도 ‘당신 근처의’에서 따왔을 정도다. 기존의 중고거래에서는 원하는 물품이 있어도 거리가 멀어 직거래가 무산되거나 택배거래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반면 당근마켓은 애초에 인증 받은 지역에서 일정 거리 이내의 사용자들이 올린 물품만 거래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직거래의 부담이 덜하고, 그 비중이 높은 편이다. 덕분에 무척 저렴한 가격대의 중고거래도 활발하다.

더 나아가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역할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각종 지역 내 정보를 묻고 답하거나, 일상을 공유하는 게시판이 점점 더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중고거래뿐 아니라 지역 내의 모든 정보가 모이고 교류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지향해왔다. 

큰 파문을 몰고 왔던 당근마켓 신생아 판매글. /온라인 커뮤니티
큰 파문을 몰고 왔던 당근마켓 신생아 판매글. /온라인 커뮤니티

◇ 충격 안긴 신생아 판매글… 연이은 논란

하지만 최근엔 불미스런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당근마켓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 사진과 함께 ‘아이 입양합니다’라는 판매글이 올라왔다. 20만원의 가격이 책정돼있기도 했다. 해당 판매글은 이내 삭제됐으나 후폭풍은 거셌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판매글을 올린 것은 20대 미혼모로 나타났으며, 원치 않은 임신 및 출산을 한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나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당 아이는 보육시설로 보내진 상태다.

얼마 뒤인 지난달 27일엔 또 다시 ‘아이 팔아요’라는 판매글이 당근마켓에 올라왔다. 여기엔 아이 사진과 함께 ‘식구들이 남긴 음식을 다 먹고 힘도 세다’ ‘애가 정이 많아 잘 챙겨주셔야 한다’ 등의 소개 글이 있었고, 판매가격은 300만원이었다. 

이 역시 큰 파문을 일으켰고, 경찰 조사 결과 장난으로 밝혀졌다. 한 중학생이 고등학생 언니의 스마트폰으로 장난삼아 판매 글을 올린 것이다.

또한 지난달 30일엔 ‘장애인을 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이 역시 10대 청소년의 장난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이어지자 당근마켓 측은 이달 초 ‘이용자 대상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이드라인엔 △사기행위 △사람, 생명 등 불법거래 행위 △음란성 채팅 및 게시물 △욕설 및 타인 모욕 △차별 발언 등이 포함된 불법 게시물에 대한 제재 방침이 담겼다. 사안에 따라 게시물 노출을 막는 것에서부터 강제 로그아웃, 더 나아가 한시적·영구적 이용 제한 및 수사기관 연계까지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당근마켓은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부적절한 게시물을 필터링해왔다. 하지만 잇달아 파문을 일으킨 판매글들을 걸러내는데 실패하며 허점을 노출했다. 이에 당근마켓은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를 위해 중장기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당근마켓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미스런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엔 한 여성의 사진과 함께 “먹고 살기 힘들어 저를 내놓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또 다시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이 역시 친구가 사진을 도용해 저지른 일로 밝혀졌다.

당근마켓에서 발생하는 각종 일탈 행위들은 ‘문제적 판매글’에 그치지 않는다. 성희롱 문제는 물론 술·담배·의약품 등의 불법 거래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고가의 시계 거래 과정에서 벌어진 교묘한 사기행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를 원천 차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실명제 도입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몰고 올 가능성이 상당하다. 필터링을 강화하는 것 역시 빈틈을 완벽히 메우긴 어렵다. 무엇보다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거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각종 일탈 행위와 그에 따른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성장통을 겪고 있는 당근마켓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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