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윤 총장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정치적인 선택도 불가피해졌다.
◇ 윤석열, 가처분신청·행정소송 가능성 높아
윤 총장은 25일 대검찰청에 출근하지 않았다. 전날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이 내려진 시점부터 정상 업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출근 의무도 없어졌다. 대신 윤 총장은 자택에서 변호인 선임 등 직무정지 취소 가처분 신청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명령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윤 총장은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끝내는 데 걸리는 몇 달 동안은 ‘식물총장’ 상태로 지내야 한다.
다만 법원은 가처분신청 처리 방향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비위 적시 하나로 재판부 사찰을 언급한 것은 행정소송을 염두에 두고 법원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정지 기간 동안 징계위원회를 열어 곧바로 윤 총장의 처분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할 사유가 있다면 검찰총장이라도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해임 징계가 내려질 경우 윤 총장이 징계 취소 소송으로 끝까지 맞설 수 있다.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사유가 비위에 비해 지나치다고 인정되면 판결을 통해 취소될 수 있다.
◇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 윤석열
이와 별도로 윤 총장은 정치적인 선택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이미 국정감사 자리에서 ‘퇴임 후 정계입문’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그로 인해 코너에 몰렸기 때문에 정계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윤 총장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유력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오차범위 안에서 이기거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야권의 강력한 대권 주자로 더 주목받고 있다.
만약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한다면 우선 야권에서 가장 큰 정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해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방법이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총장의 직무정지 처분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추 장관을 비판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윤 총장의 정계 진출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윤 총장에 대해 “정부 내 검찰총장 아니냐. 여권에 속한 사람이다. 여권 내에서 자기들끼리 내부의 갈등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에도 이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는 윤 총장이 야권 인사라고 규정할 경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여야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엄호하는 것과 당내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에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야권의 유력 주자로 떠오른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민주당 주자들과 오차범위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고, 이는 다른 야권 주자의 지지율이 윤 총장에게 쏠리는 추세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국민의당에 합류해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등과의 연대를 모색, 안 대표가 주창한 ‘혁신 플랫폼’을 띄우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윤 총장이 향후 야권에 편입되면 ‘야권연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은 상태다. 마지막으로는 윤 총장을 중심으로 ‘반문재인’ 진영을 결집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반문재인’ 외 민생·경제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지지세가 꺾일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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