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도윤이 첫 주연작 ‘럭키 몬스터’(감독 봉준영)로 관객 앞에 선다. /영화사 그램
배우 김도윤이 첫 주연작 ‘럭키 몬스터’(감독 봉준영)로 관객 앞에 선다. /영화사 그램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난 여름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김도윤이 첫 주연작인 영화 ‘럭키 몬스터’(감독 봉준영)로 관객 앞에 선다. 지질하고 ‘짠내’나는 도맹수로 분한 그는 결코 질리지 않는 매력으로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꽉 붙든다.

김도윤은 2012년 영화 ‘26년’으로 데뷔한 뒤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곡성’에서 그는 천주교 신부 수련을 받는 양이삼 역을 맡아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기괴한 모습에 신앙심마저 무너진 연약한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내 주목받았다.

이후 코로나19 시국 속 300만 관객을 동원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에서는 주인공 한정석(강동원 분)의 매형 구철민으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뽐냈다. 김도윤은 한정석을 부추겨 폐허가 된 땅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인물로서 인간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당시 연상호 감독이 “구철민 그 자체였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김도윤은 주어진 몫을 톡톡히 해냈다.

‘럭키 몬스터’도 기대를 모은다. 빚더미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 분)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 분)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 분)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TH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 중 김도윤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도맹수로 분해 사채 빚에 쫓기는 ‘짠내’나는 모습부터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실종된 아내를 찾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개성 넘치는 연기까지 다채롭게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지질하고 유아성을 간직한 맹수가 반전 인생을 꿈꾸며 진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이다.

‘럭키 몬스터’에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도맹수를 연기한 김도윤 캐릭터 포스터. /영화사 그램
‘럭키 몬스터’에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도맹수를 연기한 김도윤 캐릭터 포스터. /영화사 그램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김도윤은 첫 주연작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긴장감을 내비쳤다. 그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9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얼굴을 질려 하지 않고 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독특한 매력의 영화였다. 이런 장르에 대한 끌림이 있었나.
“정말 너무 특이했다. 글로 봤을 때도 되게 특이했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영상화를 시킬지 궁금함도 있었고, 기대감도 있었다.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하게 됐다.”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했나.
“내가 생각한 맹수는 성인이지만 성인이 안 된, 덜 성장한 아이 같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의 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유아성이 남아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 캐릭터가 성리아라는 인물을 사랑하는데 이 사랑이 집착일 수 있고, 여성으로서 사랑하는 느낌도 있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고.
“너무 독특하고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촬영 스케줄은 너무 타이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버전을 확보해서 봉준영 감독이 편집할 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시간이 없는 와중에도 여러 버전들을 많이 준비해서 갔다. 초반 분위기가 피식 웃음이 나오는 코미디인데, 그런 장면들은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나온 것들이 많다.”

-영화 말미 성리아에게 욕을 하는 장면도 시나리오 설정과 달랐다고.
“그 장면이 원래 ‘도맹수가 좌절한다’ 정도의 설정이었다. 그런데 장르 영화이고, 관객들에게 어떤 쾌감을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한 번에 확 뒤집을 수 있는 종류의 대사를 고민했다. 그래서 지금의 버전도 찍었고, 시나리오 원래 버전도 찍었다. 두 개를 찍어놓고 처음에 봉준영 감독이 (지금의 버전을) 안 쓴다고 했는데, 결론적으론 그 장면이 나왔더라.(웃음)”  

-봉준영 감독과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권선징악의 영화가 아니고, 장르적 재미를 담은 특이한 영화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제일 많이 했다. 봉준영 감독도 첫 장편이고, 나도 첫 주연이다 보니, ‘우리 모르겠는 건 모르겠다고 얘기하자, 의논해서 해결하자’는 얘기를 나눴었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지 않고, 서로 합의하면서 촬영해나갔다. 지금 너무 친해졌다.

(봉준영 감독이) 사실 첫인상이나 얘기하는 걸 봐서는 되게 고집스럽고 그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나름 귀엽고, 뭔가 제안하면 그 제안을 수용해 주고 열려있다. 그렇다고 해서 팔랑 귀는 아니라 자기 것을 놓치진 않는다. 자신의 것을 가져가면서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순발력이 좋다.”

김도윤이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사 그램
김도윤이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사 그램

-맹수가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고민을 했다고.
“90분 동안 관객이 내 얼굴을 봐야 하니 이것에 대한 고민이 사실 컸다. 이렇게 한 영화에서 내 얼굴을 많이 본 적이 없다. 관객들이 내 얼굴을 보는 것에 지쳐버리면 안 되니까 고민이 됐다. 맹수를 러블리하게 디자인하기보다 이 인물에게 공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표현이 재밌고 독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상황을 보는 것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도였던 것 같다. 이 인물에 공감이 되거나 몰입되거나 그런 걸 원한 건 아니었다.”

-맹수가 이상심리를 겪는 인물이었는데, 어떤 준비를 했나.
“망상장애나 이중인격 등에 대해 공부를 하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봤다. 환청에 대해서도 나름 조사를 하고 취재했다. 망상장애가 최고등급이더라. 그런데 깊게 들어가서 보여주기에는 영화가 너무 다크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깊게 들어가기 힘들더라. 그래서 포인트적인 부분만 갖고 와서 연기를 했다.”

-당하고만 살던 맹수가 폭주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통쾌했던 장면이 있다면.
“불량 고등학생에게 한 방을 날린 것도 관객으로 봤을 때 시원한 장면이었고, 악의 무리들을 응징할 때도 그랬다. 그중에서도 가장 통쾌했던 건 럭키 몬스터에게 용각산을 건네주는 장면이다. 물론 잘못된 성장이지만, 자신을 속박하고 구속하는 것들에서 벗어나는 장면이라 제일 통쾌하다고 느꼈다.” 

-그동안 필모그래피를 보면 나약하고 왜소하고 지질한 캐릭터를 많이 소화했는데,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도 하나.
“고민을 안 하진 않았는데, 좋은 역할이라면 하고 있다. 연기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친구가 ‘네가 그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다음엔 다른 것으로 넘어가기 쉬울 거다. 지질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어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 얘기가 맞다 생각한다. 더 보여줄 지질함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하하. 다른 역할도 하고 싶다. 이제 덜 뛰어다니고 덜 벗고 덜 고생하는 것도 해보고 싶다.(웃음)” 

-첫 주연이었는데, 어땠나.
“독립영화고, 첫 주연이라고 해서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다만 내 고민은 내 얼굴을 보면서 과연 관객들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까였다. 이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생경하지만 생경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김도윤. /영화사 그램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김도윤. /영화사 그램

-데뷔를 늦게 한 편이다.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
“나 역시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 있고, 학생들을 가르쳐본 적도 있고, 가르치다 잘린 적도 있고 그렇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적성에 안 맞더라. 대리운전도 해보고, 택배 상하차도 해봤다. 하지만 다들 어려우니까, 내가 특별하게 고생했다고 말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누가 물어보면 나는 항상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지금도 힘든 부분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들도 있지만 내가 가진 실력에 비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맹수에겐 돈이 최고의 가치였는데, 김도윤에게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가.
“행복하고 싶다. 최고의 배우가 돼서 명예를 얻고 그런 것보다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행복의 조건 안에 일을 하는 것이 들어있는 것이고 건강한 것도 있는 것 같다.”

-관객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이나 평가가 있을까.
“‘저 얼굴을 90분 동안 볼 수 있구나, 질리지 않네?’ 오로지 그거 하나였다. 연기를 잘 하는 걸 떠나서 긴 시간 동안 보려면 그 사람이 매력이 있어야 볼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매력의 여지가 보이네’ 정도만 돼도 너무 감사할 것 같다.”

-전혀 질리지 않았다. 괜한 걱정인 것 같은데.
“감사하다. 스스로 객관화가 잘 안된다. 그게 과제이긴 하다.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매력이 있고, 어느 정도의 연기력을 갖고 있는지 나에게 어떤 역할이 어울리는지 나의 방향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다 물음표다.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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