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한국 홀대 논란이 '빅서 게이트'로 인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빅서 게이트는 지난 26일 IT기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되고 있는 ‘애플 가로수길 센터 고객 불친절 대응 논란’을 말한다./ 애플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A/S시 불친절과 불편함, 최신 제품 및 서비스 출시 지연 등 애플의 한국 홀대는 끊임없이 지적돼온 논란이다. 이른바 ‘한국 홀대론’은 애플이 2018년 한국의 첫 애플스토어 ‘애플 가로수길’을 오픈하고, 올해 아이폰12 출시일을 평소보다 앞당기면서 조금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빅서 게이트’라고 불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애플의 한국 차별 논란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빅서게이트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애플 가로수길 센터 고객 불친절 대응 논란’을 말한다.

◇ ‘OS설치하래서 했는데 고장’… A/S센터선 “고객 잘못”

사건의 발단은 IT기기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이 지난 26일 ‘빅서게이트, 사람 바보 취급하는 애플 코리아’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논란이 된 게시글은 11월 18일부터 25일까지 해당 누리꾼이 애플 가로수길 고객 서비스 센터를 이용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다룬 것이다. 

게시글을 작성한 누리꾼 A씨에 따르면 2015년에 맥북 프로를 구매한 후 최근까지 문제없이 사용하던 도중, 애플의 맥북 전용 OS(운영체제) ‘Big Sur(빅서)’를 설치하라는 알림을 받은 후 안내메시지에 따라 OS를 업데이트했으나 이후 노트북이 부팅조차 되지 않는 ‘벽돌’ 상태가 돼버렸다.

노트북을 수리하기 위해 A씨는 15일 애플 가로수길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 A/S를 부탁했다. 하지만 매장의 애플 직원들은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소비자의 과실”이며 A/S기간이 지났으니 50만원의 유상수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동 제품의 중고가격이 약 45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수리비다.

이에 A씨는 OS업데이트 알림에 따라 업데이트를 진행해서 고장난 애플 측 과실인데 왜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냐고 항의했지만, 당시 매장 직원들은 “빅서 업데이트로 인한 고장인지 증명할 수 없지 않느냐. 기간이 지나 유상 수리밖에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A씨와 같은 빅서 업데이트 오류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발생하는 다수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이에 애플은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발생한 빅서 업데이트 중 먹통 문제는 맥북프로 13인치 2013 late 모델과 맥북프로 13인치 2014 Mid 모델에서 발생한다”며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10초 이상 맥북의 전원버튼을 눌러서 전원을 끈 다음, 연결된 장치를 모두 제거하고 순차적으로 SMC와 NVRAM 또는 PRAM을 재설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당 조치 방안에 문제가 지속될 시 ‘A/S센터를 방문하라’는 지시사항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당시 애플 가로수길 센터 측에선 ‘보증 기간이 지났으니 유상 수리를 해야 한다’는 답변만 내놨다. 

빅서OS 업데이트 이후 맥북 프로가 고장나버린 누리꾼 A씨는 애플 스토어 가로수길로 가 A/S를 문의했다. 하지만 애플 측에선 “빅서 업데이트로 인한 고장인지 증명할 수 없지 않느냐. 기간이 지나 유상 수리밖에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사진은 누리꾼 A씨가 제작한 게시글 만화./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한국 홀대 이유는 ‘작은 시장’… “경쟁사 삼성·LG있는데 점유율 낮아”

이번 논란에 대해 애플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A씨의 사연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옮겨지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애플을 향한 누리꾼들의 성토도 거세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한국 홀대론’도 재점화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애플의 아이폰, 맥북 등의 제품 수요가 우리나라가 크게 낮아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15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은 고작 8.9%에 그쳤다. 그마저도 전년 동기대비 1%p 가량 떨어진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72.3%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LG전자조차도 9.6%의 점유율로 애플을 앞섰다.

다만 애플도 한국 홀대에 대해 우리나라 애플 ‘팬보이(Fan boy)’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한국 시장에 대한 지원을 조금씩 늘려가는 추세다. 지금까지 신제품을 출시할때마다 2,3차 출시국으로 지정됐던 우리나라를 최근 아이폰12 공개때는 1.5차 출시국에 지정해 출시일을 앞당겼다.

또한 가로수길에 이어 애플스토어 2호점 개장도 준비하고 있다. 30일 애플코리아 측에 따르면 애플은 서울 여의도에 두 번째 애플 스토어 개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스토어 2호점은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 위치한 IFC몰 지하 1층에 오픈될 예정이나 구체적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IT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애플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중국, 일본, 동남아보다 작은 시장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경쟁상대가 있어 공략도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결국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 창출인데, 공략 난이도는 높고 돌아오는 것은 적은 시장이라면 아무래도 지원이 떨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스토어 2호점 개장 등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애플 측도 이제 한국 시장에 조금씩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의 아이폰12의 폭발적인 반응과 꾸준히 애플 제품을 선호하는 팬층이 존재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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