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뉴시스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각종 논란에 끊임없이 휩싸이고 있는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지주사 대표이사에 등극했다. 앞서 부친 조양래 회장이 보유 중이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최고경영자로서의 지위까지 거머쥔 모습이다. 자신을 둘러싼 온갖 잡음과 싸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마이 웨이’를 택한 모습인데, 험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끊이지 않는 잡음에도 제 갈 길 가는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조현범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조현식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였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현식·조현범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환하게 됐다.

이로써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 짓게 됐다. 조현범 사장은 앞서 조양래 회장이 보유 중이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을 넘겨받고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이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소유와 경영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승계를 완료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조현범 사장은 최근 불미스런 잡음을 끊임없이 일으켜왔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무려 10년에 걸쳐 수억원대의 뒷돈을 받아 챙기고, 이 과정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 아버지 명의의 차명계좌를 활용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았다.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1심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6월 조현범 사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전격 물러났다. 이를 두고 조현범 사장의 후계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며칠 뒤 그는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조현범 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이어졌다. 조양래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부친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뒤이어 조현범 사장과 함께 후계구도를 형성해오다 밀려난 조현식 부회장도 성년후견에 가세했다.

그 와중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 변경에 따른 법적 분쟁으로 곤욕을 치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본격적인 오너일가 3세 시대에 발맞춰 사명을 변경했으나, 기존에 해당 사명을 사용해오던 중소기업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고 말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 과정에서 연거푸 패소했고, 현재 1일당 일정 금액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조현범 사장은 지난 10월 계열사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거센 비판을 샀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 프로야구 관중석에 포착돼 “국회가 야구장만 못하다는 것이냐”는 국회의원의 날선 지적까지 나왔다.

최근엔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와 관련된 재판의 2심 선고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실형을 면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에 등극한 것이다. 

이처럼 조현범 사장은 비리 혐의에 따른 유죄 판결과 경영권 분쟁 등 각종 논란, 그리고 세간의 싸늘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3세 경영자로서의 조건을 공식적으로 완성하게 됐다. 

하지만 조현범 사장은 앞으로도 험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내외적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인데다,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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