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대선 주자들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탓에 야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한 반면, 다른 대선주자들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탓에 야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야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 총장의 높아지는 존재감만큼이나 대선 직행을 언급한 후보들의 설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30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3일부터 27일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은 19.8%를 기록했다. 20.6%를 기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짝 뒤쫓는 상황이다. 이어 이 대표와 꾸준히 양강 구도를 만들어 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19.4%) 뒤를 이었다. (전국 18세 이상 2,538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자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10월 국정감사를 전후로 윤 총장의 존재감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 대표, 이 지사와 ‘3강 구도’는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분위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연이은 공격이 윤 총장의 존재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여권과 대척점에 선 인물의 입지가 높아진다는 것은 곧 여권의 민심이반을 의미한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마음 놓고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지지율 1위를 한 것과 관련해 “여론조사는 변하는 것이라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라며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에 선을 긋기도 했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그래픽=이현주 기자

◇ 윤석열에 가린 야권 잠룡… ‘존재감 부각’이 고심

야권에서는 윤 총장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데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단 윤 총장이 국정농단·적폐청산 과정에서 선봉에 섰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이야 반문(反文) 효과로 중도층을 끌어들인 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섞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셈이다.

아울러 윤 총장 효과로 야권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여당의 윤 총장 때리기를 ‘반간계(反間計·적의 첩자를 이용해 적을 제압한다는 것)’라고 칭한 것은 이같은 인식을 고스라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권을 분열시켜 정권 창출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야권은 윤 총장의 성장세를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은) 일종의 신드롬으로 보지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검찰총장으로서의 가치와 정치인으로서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 주자들의 ‘존재감’이다.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윤 총장 신드롬이 모든 것을 흡수하면서 야권의 다른 주자들이 주목을 받기 힘든 구조가 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들이 속이 타고 있다″며 “대선이 1년 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지도와 비전을 각인시켜야 하는데 윤석열 신드롬에 가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만을 갖는 진영에서는 윤 총장을 대안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정권과 맞서는 모습, 각을 세우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야권 주자들에게서는 투쟁성·선명성을 보이는 인물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현재 거론되는 야권 잠룡들이 서둘러서는 안된다”며 “최소한 1년 이상의 장기 플랜을 갖고 투쟁성과 선명성, 정책적 비전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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