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미애-윤석열 정국’에서 두드러진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미애-윤석열 정국’에서 두드러진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최근 언론의 모든 관심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벼랑 끝 대치’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1인 독주’를 이어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 이 지사의 지지율이 더 이상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이 지사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결과, 윤석열 총장이 19.8%를 얻어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낙연 대표는 20.6%, 이재명 경기지사는 19.4%로 각각 1위,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달과 비교해 이 대표는 0.9%포인트, 이 지사는 2.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윤석열 상승, 이재명에 타격?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상승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은 이재명 지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30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 정부와 윤석열 총장의 싸움에서 대척점에 이낙연 대표가 있기 때문에 이재명 지사는 이 싸움에서 낄 틈이 없다”며 “이 지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이슈는 이재명 지사가 갖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석열 총장이 상승세를 보이면 결국에는 이낙연 대표보다는 이재명 지사에게 타격이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지사는 중도층과 민주당 지지 그룹 이외에서 지지를 받아왔는데 그 지지가 윤석열 총장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흐름을 보면 윤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에 비해 강세를 보이던 지역의 지지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30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이 지사의 정치적 활동지인 경기와 인천에서 이재명 26.0%, 이낙연 17.5%, 윤석열 17.2%였으나, 이번달 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24.6%로 하락하고 이낙연 대표(20.8%)와 윤석열 총장(19.4%)이 상승했다.

지난달 조사에서 이 지사의 고향인 경북과 대구에서는 이재명 22.0%, 이낙연 12.6%, 윤석열 17.7%였으나 이달 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16.4%로 하락하고 윤석열 총장이 27.3%로 크게 올랐다. 이낙연 대표는 11.8%로 전달보다 하락했다.

중도층의 경우는 지난달 조사에서 이재명 20.4%, 이낙연 20.5%, 윤석열 20.7%로 나타났고, 이번달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0%로 하락하고 윤 총장이 23.6%로 상승했다. 이낙연 대표 역시 전달보다 하락한 19.2%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174명 전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174명 전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뉴시스

◇ ‘친문 표심’ 잡기보단 ‘정책 행보’에 방점

이 같은 상황에서 여권 대선주자들은 ‘추미애-윤석열 정국’에서 친문 표심 잡기 경쟁을 벌이느라 분주하다. 이낙연 대표는 윤석열 총장 퇴진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총대를 메고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부산·울산·경남(PK) 맹주를 꿈꾸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국민과 함께, 추미애 장관을 응원한다”며 “윤 총장은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야당에서는 “친문의 환심을 사기로 결정한 것이냐”, “친문한테 잘 보이려 기를 쓰는 듯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친문’ 표심 잡기보다는 정책 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무엇을 지키려는 검란인가”라며 검찰 개혁의 정당성을 설파하기도 했으나 그의 메시지는 ‘추미애-윤석열’ 갈등보다는 ‘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8일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174명 전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내년 1월 중 전 국민에게 1인당 20∼30만원씩 공평하게 지역화폐로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이 지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제3기 신도시 사업에 지방정부 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경기도가 추진하는 기본주택(평생주택)을 확대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29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획재정부에 “국가 사무인 광역버스 부담금을 경기도에 전가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지사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추미애-윤석열’ 정국에서 현역 광역단체장 신분으로 이낙연 대표에 비해 정치적 발언을 내놓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적 강점’ 드러내기로 현 정국을 타개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 지사가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민심이 추미애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재명 지사가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자신이 정책적으로 준비돼 있는 후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또 이 지사도 추 장관의 직무 정지 조치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추미애 장관을 비판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추미애-윤석열 정국’에서 뭘 했느냐고 따질 때 빌미를 안 잡힐 정도로 추미애 장관을 두둔하는 언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