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국회의원 당선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3대 왕 ‘태종’으로 비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뉴시스·청와대
정치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쟁 소재로 등장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뉴시스·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치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쟁 소재로 등장했다. 야당은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비판했고, 여당은 야당이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한 이력을 들어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맞받았다. 

◇ 문 대통령 비난 이유는?

예전에도 야당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교하며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주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등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의 몫이었다. 이번 공방은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인물들이 적극 나서면서 커졌다.

지난달 28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적다는 점을 짚으며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너무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사태, 공수처법 개정 강행 등에 대해 “이 정권 사람들에 대한 면책특권의 완성”이라며 “아들이 구속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담담히 받아들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했다.

그러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들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침묵해야 국민이 편안하다던 분들은 지금 어디 계시는가”라며 “그렇게 대통령의 말을 공격하던 분들이 초선부터 다선까지 한 몸이 돼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을 집중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활발한 의사표현을 비난했던 한나라당을 거론한 셈이다.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청와대에서 일한 바 있다.

그러자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윤건영 의원, 청와대로 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차라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하라’고 직언하라”고 비꼬았다. 나 전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을 역임하며 정부와 각을 세운 바 있다. 이에 윤건영 의원은 나 전 원내대표를 향해 “‘노 대통령은 입만 열면 설화’라고 했던 과거를 반성부터 하라”고 되받았다.

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환생경제’를 언급하며 “노 대통령께 온갖 욕설을 퍼붓고 비하하고 조롱했던 사람이 감히 누구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같은날 “16년 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환생경제’라는 연극으로 노 대통령님을 얼마나 추잡스럽고 비열하게 희롱했느냐”며 “주(호영) 대표께서 맡은 ‘노가리’라는 역할이 누구냐.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성토했다.

‘환생경제’는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 풍자를 목적으로 연찬회에서 직접 무대에 올렸던 연극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경제를 죽였다’며 연극 무대에 섰다. 주 내용은 ‘죽은 경제를 다시 살리는 것’으로, 여기서 노 전 대통령은 무능한 술주정뱅이 '노가리’라는 역할로 풍자됐다. 해당 연극은 극중 노가리를 향한 적나라한 욕설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으며, 특히 주 원내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는 이 연극에 출연했기에 최 수석대변인과 이 지사가 16년 전 연극을 들고 와 이들을 비난한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야당이 문 대통령을 노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비판 소재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이들이 검찰개혁을 시도했던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은 야당을 자격론으로만 비판하고, 비판 내용에 대해서 반박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적절치 못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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