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회장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 처리수의 방류를 결정한다는 뉴스가 주요 언론에 의해 보도되고, 여야 정치권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해양에 방류하지 말라고 일본 정부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반응에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해양 방류돼 한국 해안에 도달하면 우리나라의 수산업이 전폐 되고 우리 국민의 건강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본 수산물과 관련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로 반일 감정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를 방류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행태에 반감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여론 환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권과 언론에서 간과하는 몇 가지 과학적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삼중수소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빗물·해수·수돗물 등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며, 공기흡입과 음식물 섭취를 통해 우리 인체 내에도 존재한다. 또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원전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지만, 인체 내로 들어온 방사성 핵종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인 생물학적 반감기는 10일 정도로 짧은 편이다.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바나나에 방사성 칼륨인 K-40이 존재하는데, 인체에서의 K-40의 방사선 영향은 삼중수소의 방사선 영향보다 340배나 크다.

둘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에 존재하는 세슘137이나 스트론튬90을 포함한 대부분의 핵종은 다핵종 제거 설비인 ALPS 등을 사용하여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ALPS에 의해 제거가 되지 않아 HTO(트리튬수) 물 분자 형태의 처리수로 모아 따로 보관하고 있다.

셋째, 최근 원자력학회지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에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 처리수의 방류로 인한 방사선 환경 영향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UNSCEAR (방사선 영향에 관한 UN 과학위원회)가 권고하는 방법론을 준용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저장 탱크에 보관된 모든 방사성 핵종이 추가 정화 없이 1년간 지속해서 해양으로 방출하는 것을 가정했다. 

연구 결과, 해양 방출일 경우 일본과 한국의 일반인이 받을 방사선 선량은 각각 연간 0.85μSv와 연간 0.000014μSv로 평가됐다. 피폭 선량 수준은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인 1mSv(1000μSv)보다 훨씬 낮아서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방사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 방안이 환경 배출 기준을 만족한다는 과학적 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처리수의 방사능 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처분 과정이 한국 등 주변국의 국제적 전문가의 참여하에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그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1975년 발효한 런던협약은 폐기물 등의 방출에 의한 해양오염방지 협약으로 선박, 항공기, 또는 해양시설로부터 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를 해양 방출하려는 일본 정부는 선박 등 해양시설이 아닌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수 방출이 런던협약의 위반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 같아 국제법적 논쟁의 소지가 있어 이 또한 한국을 포함한 국제기구와의 논의가 필요하다. 

해양 방류에 관한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한국과 일본 등에서 팽배한 여론의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본 정부는 양국 과학자의 소통을 통해 주변국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우리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김교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회장 약력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회장 (2020.01~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양원전개발센터장 (2015.08~2017.04)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전문위원 (2007.09~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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