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만 바꿔도 제동거리↓… 사계절용, 겨울용 대비 제동거리 30~40% 길어
윈터타이어, 실리카 성분·발포고무기술 사용… 혹한서 타이어 성질·성능 유지 가능

/ 브리지스톤
타이어 업계에서는 겨울철 안전 운전 방법 중 하나로 윈터타이어 장착을 권한다. 사진은 브리지스톤 블리작 VRX를 장착한 차량. / 브리지스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일부 운전자들은 자동차 타이어를 윈터타이어로 교체하고 나섰다. 국내외 타이어 제조·유통사들도 겨울에는 겨울용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홍보하면서 타이어 교체를 권장하고 있다.

타이어 제조사 측에서 기온이 낮은 동절기마다 기존 타이어를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해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는 제동성능에 있다. 겨울철은 눈이 내려 도로에 쌓이기도 하며, 눈이나 비가 내린 후 도로가 결빙돼 하절기 대비 노면이 미끄럽다. 특히 야간에는 노면 결빙을 운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얼음이 워낙 얇고 투명하게 노면에 얼어붙는 경우 도로의 검은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보여서 더욱 위험하다. 이를 블랙아이스라고 부른다.

이러한 노면은 하절기 대비 타이어 접지력을 약화시켜 달리던 자동차가 완전히 정지하기까지의 거리(제동거리)를 늘어나게 한다. 또 빙판에서 접지력을 상실할 경우에는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끄러지게 되며, 이는 겨울철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 겨울용 타이어다. 겨울용 타이어와 일반 사계절용 타이어의 빙판길 제동성은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타이어 성분과 제조 기술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겨울철 제동거리는 도로 노면의 상태, 타이어, 운행 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로 노면의 상태는 운전자가 임의로 제어할 수 없는 변수다. 그렇다면 운전자가 직접 관리가 가능한 것은 타이어와 운행 속도다. 

보통 사계절 타이어의 제동거리가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보다 30~40% 정도 길다. 브리지스톤 코리아는 최근 서울 목동 실내링크에서 제동성능 실험을 실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20㎞/h속도로 주행했을 때 사계절용 타이어를 끼운 차량은 빙판길에서 평균 제동거리가 17.82m였던 반면, 브리지스톤의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10.92m를 기록했다. 둘 사이에 6.9m 차이가 났다.

살얼음이 낀 도로 상태를 가정해 빙판에 물을 뿌린 후 실시한 실험에서는 제동거리가 사계절용 타이어는 평균 21.63m, 브리지스톤 겨울용 타이어는 15.3m를 기록했다. 6.33m 차이다.

운전 속도가 높아지면 제동거리는 비례해서 늘어난다. 브리지스톤이 최근 실시한 실험에서는 30㎞/h의 주행 속도에서 자동차의 제동거리가 사계절용 타이어를 꼈을 때 42.7m, 브리지스톤 블리작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 26.3m를 기록했다. 둘 사이의 차이가 16.4m에 달했다. 이 정도 거리는 국산 경차 4대를 나란히 늘어놓은 길이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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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이 얇게 얼어 붙어 검은 아스팔트가 그대로 비치는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 브리지스톤

겨울용 타이어는 말 그대로 겨울의 기후와 도로 환경에 맞게 개발된 타이어다. 여름용 혹은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뛰어난 접지력을 발휘한다.

겨울용 타이어의 제동거리가 사계절용이나 여름용 타이어보다 짧은 이유는 원재료와 트레드 디자인 설계로 인한 결과다. 겨울용 타이어에 사용되는 고무는 여름용 혹은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훨씬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손으로 직접 눌러봐도 부드러움의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3~7℃의 날씨에서는 일반 타이어의 경우 타이어 고무가 딱딱해지면서 노면과의 접지력이 약해진다.

겨울용 타이어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타이어 원재료에 실리카 성분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면 타이어는 저온의 영상 혹은 혹한의 날씨에도 부드러운 성질을 유지하고 노면과의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리카는 규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이산화규소라고도 하며 나노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규칙적 기공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등은 나노실리카로 부르는데, 타이어나 페인트, 화장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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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포 고무 기술이 사용된 브리지스톤의 블리작 타이어. / 브리지스톤

여기에 더해 겨울용 타이어에는 발포고무(Multi-cell rubber) 기술이 사용된다. 부드러운 고무에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수많은 기포(cell)를 만들어서, 이 기포 하나하나가 도로면과 접촉하면서 접지면적을 늘려주고 노면의 물기를 배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발포고무 기술은 타이어가 빙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접지력을 유지해 운전자가 핸들링과 제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겨울용 타이어의 초기 형태는 타이어에 쇠못이 박힌 ‘스터드 타이어(Studded tire)’였으나, 쇠못이 도로 표면을 깎아내고 분진을 발생시키자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 도로에서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스터드 타이어를 대체하는 기술이 ‘스터드가 없는’ 즉 쇠못을 사용하지 않은 타이어라는 뜻의 ‘스터드레스 타이어’다. 발포고무는 브리지스톤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스터드레스 타이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액티브 발포고무를 확대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무표면에 수많은 기포를 발견할 수 있다. 스폰지가 물을 흠뻑 흡수할 수 있는 게 스폰지에 있는 기포 때문인 것처럼, 발포고무의 기포는 노면과 더 넓게 접촉하면서, 더 많은 수분을 흡수 배출하고, 이로 인해 타이어의 접지력이 향상되면서 주행성능과 제동력도 함께 높아진다.

겨울용 타이어는 트레드 홈의 깊이도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깊게 설계되어 있다. 트레드 홈이 깊으면 눈이 트레드 홈에 쉽게 엉겨 붙지 않아 미끄러지지 않고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트레드 홈 덕분에 눈길에서 일반 타이어보다 높은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겨울용 타이어의 트레드 패턴 디자인도 눈과 살얼음, 물기를 빠르게 배출하는 배수성능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송진호 브리지스톤 코리아 승용 상품기획팀장은 “겨울에는 도로가 갑작스럽게 눈길, 빙판길, 살얼음으로 변하고, 새벽이나 아침, 해진 후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노면이 쉽게 결빙될 수 있다”며 “특히 다리, 고가도로는 노면 결빙이 지면보다 빠르다. 이런 겨울철 노면 특성을 고려할 때, 겨울철 안전운전을 위해서 겨울용 타이어 장착은 필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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