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인 마켓컬리가 비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이 생산한 달걀인 이른바 ‘4번 환경 달걀’을 판매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온라인 쇼핑몰인 마켓컬리가 비좁은 케이지(닭장)에서 사육되는 닭이 생산한 달걀인 이른바 ‘4번 환경 달걀’을 판매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마켓컬리가 동물복지인증 달걀을 판매하며 가치소비를 확산시켜왔던 만큼, 이런 행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마켓컬리 측은 “4번 사육 환경이지만, 스마트팜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돼 생산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물단체들과 일부 소비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 가치소비 지향한다더니… 비좁은 케이지서 생산된 계란 판매 ‘갑론을박’

국내에서 생산된 달걀에는 총 10개의 숫자가 표기되고 있다. 산란일자 4자리, 생산자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번호 1자리 순서다. 이 중 맨 끝자리의 번호는 사육환경번호는 1~4번까지 표기된다. 1번은 방목장에서 닭이 자유롭게 다니도록 키우는 사육방식인 ‘방사’를 뜻한다. 2번은 케이지(닭장)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도록 키우는 사육방식의 ‘평사’를 말한다.

3번·4번은 케이지 안에서 닭이 사육되는 방식을 뜻한다. 3번은 비교적 ‘개선된 케이지’로 면적이 마리당 0.075㎡다. 4번은 ‘기존 케이지’로 면적이 마리당 0.05㎡에 불과하다. 이는 A4 용지 1장(0.062㎡)의 크기보다 좁은 공간에서 닭이 사육되고 있음을 뜻한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4번 사육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은 취급하지 않았다. 계란의 경우, 동물복지제품인 인증된 제품만을 주로 취급했다. 이는 좋은 환경에서 사육된 건강한 제품을 취급하겠다는 마켓컬리의 브랜드 철학이 담긴 조치로 평가받았다. 

마켓컬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먹는 농수산물 및 육류와 달걀은 어떻게 생산되는 걸까요? 생산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컬리는 논밭과 바다를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또 고통 받지 않고 자란 동물인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새로운 기술과 품질 관리 기법을 적용했는지 여러 인증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철저한 인증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마켓컬리는 이처럼 판매 상품에 대한 철저한 검증 뿐 아니라, 동물복지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지난 2016년 업계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 PB(자체 브랜드) 달걀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제품군을 추가하며 동물복지인증 제품 소비 붐을 선도해왔다. 

그런데 최근 마켓컬리가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한 양계업체에서 ‘4번 사육 환경’의 달걀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스마트팜은 빛·온도·습도 등을 컴퓨터 기술로 제어하는 농장을 뜻한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10월부터 4번 환경 달걀을 판매해왔지만, 최근에야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켓컬리 측은 소비자들이 이와 관련해 문의를 하자 “4번 케이지 환경에서 사육된 닭이 생산한 달걀이지만 스마트팜 시스템을 통해 사육 공간의 공기의 질, 조도, 위생, 온·습도 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닭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균일한 퀄리티의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여기에 김슬아 대표를 비롯한 마켓컬리 관계자들은 지난달 2일 자사 유튜브를 통해 4번 사육 환경 달걀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기도 했다. 김슬아 대표는 “4번 달걀은 무조건 안 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 아래 쾌적한 환경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복지단체들과 일부 소비자들은, 아무리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극도로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간 마켓컬리의 ‘케이지 프리’ 동참을 요구해온 동물자유연대가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소비자들은 마켓컬리가 그간의 브랜드 철학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 “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 vs “스마트팜이라도 비윤리적” 

마켓컬리 측은 이번 논란이 곤혹스런 모습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계란을 선택하는데 동물복지가 중요한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분도 있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서 해당 상품을 판매하게 됐다. 계란을 생산하는 닭은 스마트팜 시스템 아래 쾌적한 환경 안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지복지인증 달걀은 전체 사육 농가기준으론 11.7%, 사육두수 기준 2.3% 비중 밖에 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 제품군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마켓컬리 측은 “본사는 전체 계란 제품 중 75%가 동물복지 인증 계란”이라며 “동물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마켓컬리는 전체 달걀 제품 중 25% 가량만 4번 달걀은 판매하고 있다. 

마켓컬리 측은 지난달 20일 동물자유연대에 4번 달걀을 판매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향후 대책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마켓컬리 측이 ‘케이지 프리’에 동참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만큼 일단 어떤 계획을 내놓을 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4번 사육환경이 좋지 않다”는 의견은 분명히 했다. 

김 활동가는 “케이지 면적 자체가 워낙 좁기 때문에 4번 사육환경에서는 닭이 제대로 활동을 하기 어렵다”며 “4번 사육환경에서 닭은 본능적으로 날갯짓이나 모래목욕, 횃대 오르기 등의 행동을 하는데, 이런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자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간 동물복지를 내세워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마켓컬리가 갑작스럽게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켓컬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고속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올해 1~8월 결제 추정금액이 5,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마켓컬리의 연간 매출은 △2015년 29억원 △2016년 173억원 △2017년 465억원 △2018년 1,571억원 △2019년 4,289억원으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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