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법 제정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전히 느긋한 모습을 보이자 강수를 둔 것이다. 정의당은 이를 통해 여야의 결단을 끌어내겠다는 심산이다.

정의당은 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비상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시작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중대재해법 처리에 나서라”며 “중대재해법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처리를 확약하지 않는다면 정의당은 비상한 농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지금까지 방치한 숱한 죽음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라며 “생명과 안전 문제에 당리당략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어제는 죽고 오늘은 잊고 내일은 또 반복되는 참사를 이제는 막아야 한다”며 “추모와 애도는 바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는 이 법의 통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대재해법은 정의당의 21대 국회 1호 법안이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유해‧임무 방지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의당은 그간 법안 통과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지난 9월 정기국회 시작부터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야도 법의 큰 뜻에는 공감하고 있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미래입법과제’에 중대재해법을 포함했다. 국민의힘도 지난달 ‘중대재해 방지 간담회’를 열고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의견을 나눴다. 전날(2일)에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중대재해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원내에서는 강은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농성을 진행하고, 원외에서는 김종철 대표가 여론을 끌어 모으는 ′투 트랙′ 전략으로 여야를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시스

◇ 원내·외 ′투 트랙′으로 거대양당 압박

하지만 법안은 기업의 반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현안에 밀리면서 여전히 세부적인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이견이 여전하다. 이렇다 보니 연내 처리도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다. 정의당이 ‘비상’이라는 단어를 내걸면서 농성에 뛰어든 데는 간신히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깃들어 있다. 

정의당은 일단 오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투 트랙’ 전략도 세웠다. 원내에서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 대표단이 하루 12시간씩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간 진행했던 1인 시위도 병행한다. 

원외에서는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 순회를 이어간다. 산업재해 현장을 방문하고, 법안 처리 의지가 큰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소통을 통해 여론의 흐름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될 경우, 단계를 올려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연내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올해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결의가 확고하다.

이와 관련,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2단계(9일 이후)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어느 강도와 수위를 갖고 어떻게 할 것인지 (당내에서) 이야기해 세부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정의당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21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아울러 그동안 목소리를 높이면서 거대양당을 논의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의당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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