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펌프 결함, 출력저하 및 주행 중 엔진 정지 가능성… 글로벌 리콜 진행
1월 미국 첫 리콜 실시,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3월·10월 대상 차종도 늘어
4월 한국도 리콜, 대상 차종 북미 등과 달라… 한국토요타 “관련 내용 답변 힘들어. 양해바란다”

토요타·렉서스가 리콜대상 차종을 돌려막기 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토요타자동차 판매점. / AP, 뉴시스
토요타·렉서스의 연료펌프 부품 결함으로 인한 리콜 대상 차종이 국가마다 상이하게 나타난다. 결국 미국과 한국 등에서는 지난 1월과 4월 리콜 이후 추가 리콜이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사진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토요타자동차 판매점. / AP,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토요타·렉서스가 올해 초부터 리콜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료부품 결함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잇따라 리콜을 실시하고 있는 것인데, 한 차례 리콜을 실시한 국가에서 대상 차종이 늘어나 재차 리콜이 시행되는 등 전 세계에서 1년 내내 리콜을 진행 중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나라마다 리콜 대상 차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한 국가에서 리콜이 실시된 차종은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리콜이 진행되는데, 토요타 측은 각 국의 리콜 대상 차량을 매번 다르게 지정했다.

결함 내용은 연료펌프 내부 부품(임펠러)의 제조가 부적절해 해당부품이 변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임펠러와 펌프케이스가 간섭 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엔진경고등 점등 및 출력저하, 시동성능 악화, 나아가 최악의 경우에는 주행 중 엔진이 정지할 수 있다. 대형사고 및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결함이다.

이 결함에 대한 토요타·렉서스의 리콜은 올해 1월 미국에서 시작됐다. 토요타가 올해 1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리콜 대상 차종으로는 토요타 4러너, 랜드크루저, 세퀴아, 시에나, 아발론, 캠리, 코롤라, 타코마, 툰드라, 하이랜더 등과 렉서스 ES, GS, IS, LS, GX, LX, NX, RX, LC, RC 등 총 20개 모델로, 미국에서만 69만5,541대에 대해 리콜이 실시됐다. 당시 토요타 측은 2018년 8월 1일부터 2019년 1월 31일 사이 생산된 모델을 리콜 대상 차종으로 국한했다.

그러나 3월, 토요타 측은 앞서 1월 발표한 연료펌프 결함 관련 리콜 대상 차량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기존 리콜 대상 외 다른 차량에서도 동일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리콜 대상 차종 기존 20개 모델 외 토요타는 △FJ크루저(2014년형) △4러너·랜드크루저(2014~2015년형) △시에나(2017~2019년형) △아발론·캠리·코롤라·하이랜더·세퀴이아·타코마·툰드라(2018~2019년형) 등이 추가됐다. 렉서스도 리콜 대상 모델의 생산기간이 2013~2019년형으로 확대됐다.

추가 리콜 대상 차량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시장 리콜 차량 대수는 320만대에 달한다. 국내에 판매된 토요타·렉서스 차종도 4,600대가 리콜 대상으로 포함돼 지난 4월 리콜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리콜 대상 차종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토요타·렉서스가 연료펌프 결함으로 추가 리콜을 실시한다. 지난 4월에는 리콜 대상 차종에 오르지 않았던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도 포함됐다.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2018년 하반기 출시됐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국내에서 토요타·렉서스가 연료펌프 결함으로 추가 리콜을 실시한다. 지난 4월에는 리콜 대상 차종에 오르지 않았던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도 이번 리콜 대상에는 포함됐다.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2018년 하반기 출시됐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미국 리콜에는 포함됐으나 국내에서 빠진 모델은 토요타 캠리(하이브리드 포함)와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일부 차종은 한국에서만 리콜이 진행됐다. 렉서스 GS 250·450h(2014년 5월~2015년 2월 생산)와 LS600h(2013년 9월~2015년 2월) 등이다.

이후 지난 10월, 미국에서 또 한 번 리콜 대상 차량 목록이 늘어났다. 결함 내용은 전과 동일한 연료펌프 임펠러 부품 결함이다. 당시 로이터 통신과 같은 외신에 따르면 리콜 대상 차량은 2013년부터 올해 사이 생산된 40여종이 해당되며, 이번 추가 리콜 대수는 미국에서만 167만대에 달한다.

10월 리콜은 중국과 일본 등도 강타했다. 중국에서는 40만대, 일본에서는 21만대 등이 대상 차종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267만여대가 리콜 대상에 올랐다. 결국 리콜 대수는 지난 1월부터 총 580만대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이어 한국에서도 추가 리콜 대상 차종이 선정돼 차량 소유주들에게 리콜통지서가 발송됐으며, 오는 12월 24일 2차 리콜을 진행한다.

같은 결함에 의한 리콜이 반복되고, 리콜 대상 차종이 국가 간에 상이한 부분에 대해 일각에서는 토요타의 초기 대처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정부기관(국토교통부)의 미흡한 일처리를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 부품을 생산할 때 대부분이 글로벌 소싱을 통해 진행해 차량이 판매된 국가가 다르다하더라도 결국 부품을 생산한 공장은 같을 수 있고, 이는 결국 같은 결함이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높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리콜 대상에 오른 차종은 보통 우리나라나 제3국에서 리콜이 동일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리콜 시기는 부품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국가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해외에서 리콜 대상에 오른 차종이 국내 리콜 대상에서는 빠졌다가 향후에 뒤늦게 리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최초 리콜 신고를 접수받았을 시 직접 추가 조사(모니터링)를 진행해 대상 차종 전체에 대해 즉각 조치가 취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차종이 뒤늦게 리콜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에는 최초 리콜부터 추가 리콜이 진행되기까지 기간동안 해당 차량 운전자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으로 아주 위험하다”며 “이러한 늑장대응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제조사 측의 문제도 물론 존재하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부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토요타 측은 미국에서의 리콜(1월) 당시 명단에 올랐던 차량을 국내에서는 리콜(4월)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가 최근 대상 차종을 추가해 2차 리콜을 진행하고 나섰다. 리콜은 제조사 측에서 자체 조사를 거쳐 문제가 있는 차량이 발견될 시 무상수리를 진행해주는 것으로, 대상 차종 역시 제조사 측에서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감독 기관에 제출한다. 관리감독기관은 국내는 국토부이며, 미국의 경우 도로교통안전국이다.

리스트를 제출 받은 기관은 자동차 제조사의 리콜 명단을 맹목적으로 맹신하지 말고 해당 결함을 일으키는 부품을 사용하는 차량이 무엇이 더 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각 국의 리콜 명단의 차이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이 현재로써는 불가능하다”며 “지난 4월 국내 리콜에서도 아발론과 캠리, ES 등이 빠지고 이번에 리콜 대상에 새롭게 오른 이유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진행이 됐을 뿐 추가적인 자세한 설명은 힘든 점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월 미국 리콜 대상과 4월 국내 리콜 대상이 다르고 특정 차종이 누락된 점에 대해 “캠리 하이브리드나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미국 리콜 대상 차종과 생산 기간이 달라 4월 당시에는 동일 결함으로 인한 리콜 대상이 아니었다”며 “이번 리콜 추가 명단에 4월에 제외된 차종이 오른 것은 지난 10월 미국에서 추가 리콜 명단이 나온 것에 따른 조치라는 게 제조사 측의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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