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두고 설전을 주고 받았다. 여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확연한 입장차이를 보여준 셈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충돌에 여야 잠룡들도 뛰어들면서 정치권의 공수처 갈등이 연일 깊어지는 모양새다.

발단은 지난 4일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공수처 출범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은 왜 공수처를 두려워하십니까”라는 글을 올리며 “조선 태종은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해 의금부(지금의 공수처)에 지시해 외척 발호를 방임한 사헌부 대사헌(지금의 검찰총장)과 관료들을 조사해 문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며 “있는 죄도 묻고 없는 죄도 조작해내는 무소불위 검찰을 통제하려면 검찰부패까지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원 지사가 나서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원 지사는 “이 지사의 주장대로 검찰이 절대 권력이라면 그런 검찰을 수사할 공수처는 슈퍼 절대 권력”이라며 “슈퍼 절대 권력인 공수처는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논리대로라면) 절대적으로 부패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가 공수처를 ‘의금부’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도 “국왕의 직속 기구로 전제 왕권을 위해 고문을 비롯해 많은 악행을 행하던 의금부를 공수처에 비교한 것은 교묘하게 청와대와 공수처를 ‘디스’하는 것인가 생각했을 정도”라고 비꼬았다.

이에 이 지사도 맞불을 놨다. 그는 전날(6일) “명색이 제1야당 중견 정치인 또는 대선후보급 정치인들의 언행이 글의 의미도 이해 못 한 채 일베 댓글 수준이니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다”라고 언급했다. 이 지사는 직접적으로 원 지사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게시물에 원 지사의 기사를 공유했다.

이들은 공수처가 ‘상호견제 기구’냐 ‘검찰 통제 기구’냐로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검찰개혁이 완성되기 위해선 검찰 권력을 견제할 공수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원 지사는 공수처는 검찰 위에 군림하는 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과 야권의 공수처에 대한 인식차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지사는 “현재 대한민국 검찰권처럼 독점된 권력은 남용될 수밖에 없으므로 분할 후 상호견제 시켜야 하니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과 공수처를 상호 견제시키자는 것이지 옥상옥으로 무소불위 검찰 위에 슈퍼권력 공수처를 두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원 지사는 “검찰이 지나치게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힘을 합리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제도개혁의 본질이어야 한다”며 “지금 여당과 청와대가 주도하는 검찰개혁은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심지어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도 수사할 수 있는 등 검찰보다 더 강한 권력기관으로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상호견제가 아니라 ‘옥상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공수처 갈등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여권은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공수처 출범을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내비쳤다. 오는 9일까지 모든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은 ‘결사항전’ 태세로 이를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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