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사내 폭행 논란으로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사내 폭행 논란’까지 외부에 알려지면서 이래저래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임기 만료가 넉달 앞으로 다가온 정재훈 사장의 어깨도 부쩍 무거워졌다. 

◇ “선배로부터 상습 폭행 당했다” 폭로글 일파만파  

지난달 말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한수원 회사 3년 선배한테 상습폭행 및 명예훼손,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수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이하 A씨)는 지난 3월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중 갑작스럽게 직장 선배인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그분(선배)이 나타나더니 주먹으로 등 척추 부분을 세게 때렸다”면서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와 후배는 깜짝 놀랐고, 다른 선배는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장 사과하라’고 했지만 그 분은 전혀 사과를 하지 않았고 저를 전혀 연관성 없는 업무과실과 업무태만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때린) 이유를 나중에 들어보니 자기랑 눈을 마주친 것 같은데 인사를 안해서라고 했다”며 “저는 그 당시 눈도 안 마주쳤고 식판만 보고 밥을 먹고 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폭행을 가한 선배가 이후에도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는데다가 오히려 저를 업무태만으로 신고하겠다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나서 1차적으로 회사에 신고를 했다”며 “(하지만) 회사 신고 이후에도 선배 B씨는 ‘업무 실수나 업무 태만으로 신고하겠으니 조용히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고 하거나 ‘별로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오바한다’는 소문까지 냈고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너무 화가 나 2차적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배 B씨가 이전부터 상습폭행과 욕설, 모욕을 가해왔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A씨는 “다른 직원들이 옆에서 다 보고 있는데도 다가와서 주먹으로 세게 팔뚝을 치거나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의자를 발로 찼다. 또 복도에서 단둘이 마주칠 때에는 주먹으로 팔뚝을 한대씩 폭행해 총 수십회를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사람들 많은 곳에서 소리지르면서 심한 욕설을 하면서 모멸감 주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3월 구내식당에서 당한 폭행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요통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씨는 “퇴원 후 회사에 복귀했는데 그분이 같은 근무지에 있어 언제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 호신용 스프레이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며 “현재 그분은 타 사업소 발령이 나서 근무지가 분리됐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가 오래 걸리면서 그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최근 새로운 보직에 배치 받았다. 이에 회사에서도 (이 사건이) 아무일 없이 잊혀지는 것이 아닌지 몹시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 한수원 “수사기관 결과 기다리고 있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곤혹스런 악재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논란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한수원 측은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지난해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사내 괴롭힘 의혹은 매우 민감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폭행 의혹이 제기된 만큼, 사안의 민감함은 더욱 커졌다.  

한수원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피해자가 경찰과 검찰과 고발한 건이기 때문에, 저희가 별도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주장 직원과 가해 의혹 직원은 현재 업무지가 분리된 상태”라며 “경찰에 고발하기 전, A씨가 회사에 피해 신고를 하면서 절차에 따라 분리 조치를 했다. 다만 내부 조사 중 A씨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를 하면서 현재 별도의 내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기관의 결과로 피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재훈 사장은 이런 사안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왔다”고 설명해왔다. 

정재훈 사장은 2018년 4월부터 한수원을 이끌어오고 있다.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안팎에서 불거진 각종 악재는 그의 수심을 깊게 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 이슈로 뒤숭숭한 가운데 사내 괴롭힘 논란까지 불거져 임기 말 그의 발걸음은 무거울 전망이다. 

관련기사

키워드

#한수원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