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는 미래 ICT기술의 핵심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규모는 오는 2035년에 1,3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혁신과 이를 기반으로한 기술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Getty images

시사위크 =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면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정보통신(ICT)기술 선진국들 역시 각종 관련 규제들을 완화하는 등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사업 컨설팅 자문 전문 기업 삼정KPMG가 지난 2월 발간한 ‘자율주행이 만드는 새로운 변화’ 보고서에서도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규모는 올해 2월 기준 약 8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오는 2035년에는 1,334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올해 1,509억원에서 2035년엔 26조1,794억원으로 연평균 4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는 초기 시장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혁신과 기술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전문가들 “자율주행차 시장 선도하려면 기술 표준화 서둘러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1회 한미 디지털 경제협력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 역시 우리나라가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규제 혁신과 기술표준 정립 등을 선점해야 한다고 봤다. 아무리 앞서가는 기술이라도 표준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뒤처지는 기술들에게 오히려 시장을 내주고 쇠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개회사를 발표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기술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 소니의 예를 들었다. 가정용 비디오 시장에서 소니의 베타맥스(β-MAX) 방식은 먼저 개발되고 기술적 우위도 있었으나, 후발주자인 마츠시타가 미국과 유럽 등의 기업과 함께 VHS 방식으로 표준화해 성공하면서 결국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자율주행차 시장의 현재 규모는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원) 미만이지만 오는 2035년 1조 달러(약 1,1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차량과 주변 사물을 연결하는 통신 기술 관련 표준 논의가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되도록 정부가 신속하게 틀을 마련해줘야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선점에 우리 기업들이 속도감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8일 진행된 ‘제1회 한미 디지털 경제협력포럼’에서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차량과 주변 사물을 연결하는 통신기술 관련 표준 논의가 활발하다”며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되도록 정부가 신속하게 틀을 마련해줘야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선점에 우리 기업들이 속도감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제1회 한미 디지털경제 협력 포럼'에 참석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특히 이날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자율주행차 인프라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차량사물통신(V2X)’ 관련 표준을 정부가 조속히 단일화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V2X는 자동차가 유·무선망을 통해 다른 차량, 모바일 기기, 도로 등 사물과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자율주행차들의 대부분이 차량 센서에만 의지하는 독립실행형(Stand alone type)이다. 자율주행차에 V2X기술과 같은 협력통신기술이 적용될 경우 교통인프라, 관제센터와 연결이 가능해 주행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이원철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장은 “차량과 사물에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인 V2X에 초고속 초연결 5G 셀룰러 통신기술을 접목시킨 기술인 ‘C-V2X’은 여러 면에서 기존 와이파이 기반의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보다 우수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원철 대학원장은 DSRC 기반의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 부처와 국내 기업들에게 C-ITS의 통신 방식으로 DSRC이나 웨이브 방식뿐만 아니라 C-V2X 방식 도입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 자율주행기술 선진국들은 현재 통신방식으로 C-V2X에 대한 투자를 정부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의 경우, 퀄컴 등 글로벌 IT기업이 참여해 C-V2X를 구축한 차량 500대를 90마일 정도의 거리를 자율주행하는 시험 운영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유럽의 경우, EU 교통기관과 도이치 텔레콤, 보다폰 등 IT기업들이 참여해 C-V2X 시험 운영을 포함한 EU C-ROAD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C-V2X 기술 도입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C-ITS기술 통신 방식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나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C-ITS 사업엔 DSRC 혹은 웨이브 방식의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원철 대학원장은 “우리나라 등 여러 국가들이 그동안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시범 및 실증사업에서 DSRC를 채택해 왔다”며 “다만 그 이유만으로 DSRC기반의 C-ITS를 국가 전반 인프라로 확대하기 보다는 미래 트렌드와 글로벌 동향에도 부합하는 기술 표준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원철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장은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통신 방식에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방식뿐만 아니라 C-V2X 기술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미국의 대표IT기업 퀄컴에서 테스트 중인 C-V2X기술의 설명도. 도로에 보행자가 있을 경우, C-V2X 기반차량이 주변차량과 서로 경고를 보내거나 교차로를 향해 다가오는 차량에게 인프라가 대기하고 있는 보행자의 존재를 알려준다./ 퀄컴코리아

◇  韓 자율주행차 산업 성공 위해선 ‘규제 혁신’도 필수적

우리나라 정부의 경우, 자동 차선변경 등 시스템이 운전을 주도하고, 운전자는 필요시에만 개입하는 단계 ‘레벨3’ 이상인 ‘레벨4(운전자 탑승 하에 시스템이 완전자율주행운전을 주도하는 단계)’를 2027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목표 성공과 자율주행기술 표준화를 위해선 기술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들을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임시운행을 진행할 수 있는 규제 네거티브 전환과 자율주행특구 규제샌드박스 도입이 더디며, 자율주행차용 주파수 할당과 네비게이션 데이터 등에 사용할 공공장소 영상정보 수집도 제한된 상태라는 것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인 이 시기가 한국 자율주행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최적기”라며 “여러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만큼 자율주행 기술 진보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들은 정부 차원에서 과감히 혁파하고, 관련 표준 확립에도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도 “자율주행차는 여러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라며 “새롭게 개척해야 할 영역이 많은 만큼 기술 진보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들은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계획대로 2027년에 세계 최초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규제혁신 요구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레벨4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착수하는1조1,000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을 위한 부처 간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럼에 참가한 신유철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미래자동차팀장은 “산업부는 지난 달에 미래자동차산업과를 신설하는 등 미래자동차 관련 산업의 높아지는 중요도에 발맞춰 관련 생태계 조성, 산업제도 지원에 역점을 둬 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산업부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부품개발 지원, 개발된 부품 테스트베드 제공, 산업 저변 확대 지원 등 구체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산업진흥부처로서 앞으로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디지털포용정책팀장도 “과기정통부는 5G 기술 기반 실증사업 연구반을 운영함과 동시에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신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범 부처 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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