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내정되면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금융위원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내정되면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자본시장’을 이끄는 핵심 인프라 기관의 수장에 오르는 만큼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특히 노조가 “관피아 인사”라며 서슬 퍼런 눈길을 보이고 있어 취임 초기엔 한동안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이번에도 관피아 구설… 노조 반발 부담될 듯 

한국거래소는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손병두 내정자를 차기 이사장으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이사회를 통해 손 내정자를 신임 이사장으로 추대한 바 있다. 

이로써 거래소 이사장의 경영 공백을 한 달 만에 메꾸게 됐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지난달 초부터 공석인 상태다. 정지원 전 이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떠난 뒤, 거래소는 뒤늦게야 인선 절차를 진행했다. 이 같은 굼뜬 인사 절차를 두고 업계에선 이미 특정 인사가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손 내정자는 일찍이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던 인사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고위 퇴직 관료 출신들이 낙점되는 인사 관행이 반복돼왔던 바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차관급 관료 출신들이 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손 내정자는 행정고시 33회로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을 비롯해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금융위 부위원장으로서 근무해오다 지난달 초 퇴임하며,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왔다. 업계의 관측대로 그는 거래소 이사장에 낙점됐다. 

업계에선 무게감 있는 인사가 선임된 만큼 기대를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그는 기재부와 금융위에서 주요 직위를 거치며 국내외 금융 정책을 다룬 바 있다. 또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어, 증권업계 현안에도 밝다고 평가된다. 업계에선 그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부와 업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번 인선을 놓고 우호적인 평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엔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가 재현됐다는 비판의 시선도 적지 않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관료 출신들이 선임되면서 ‘관피아’ 구설이 매번 반복돼왔다. 노조는 이사장 인선 때마다 공모 절차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이번에도 노조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손 내정자의 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반대하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난 1년 5개월간 금융위 부위원장으로서 모험자본 육성에만 몰입하느라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저해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손 내정자의 선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현 정부 들어 금피아(금융관료+마피아)‘들의 금융투자업계 유착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며 “금융위 퇴직 공무원의 증권 유관기관 재취업은 전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는 손 내정자의 선임을 막기 위해 출근 저지 투쟁도 검토 중으로 알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강력한 집단 시위 전개엔 한계가 있지만 선임 반대 입장은 분명하게 하고 있다.

이에 손 내정자의 우선 과제는 노조와의 갈등 극복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그의 앞에는 다양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 자본시장이 코로나19 정국 속에서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소의 역할을 더욱 커졌다. 과연 손 내정자가 시장에 건전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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