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가 지난 8일 방송된  KTV 토크쇼 ‘총리식당’에서 첫 출연자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위해 직접 음식을 나르고 있다./KTV 방송 영상 캡처
정세균 총리가 지난 8일 방송된 KTV 토크쇼 ‘총리식당’에서 첫 출연자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위해 직접 음식을 나르고 있다./KTV 방송 영상 캡처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면전으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정세균 총리의 두드러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권의 제3의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 총리는 최근 사실상 대권 기반 다지기로 해석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최근 정 총리는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총리는 지난달에만 포항‧부산‧울산‧대구 등 영남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북 출신인 정 총리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영남 민심 껴안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가 최근 정식 직제를 만들어 보건 의료, 그린 뉴딜, 국민소통 분야 특별보좌단·자문위원단을 구성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 총리는 지하철 안내방송을 통해 직접 ‘코로나19’ 방역 홍보에 나서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 16일부터 정 총리의 육성으로 녹음된 15초 분량의 안내방송이 지하철 2호선에서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안내방송에서 “안녕하세요. 국무총리 정세균입니다. 음식 덜어먹기, 위생적인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 모두가 건강해지는 세 가지 습관입니다. 함께 지켜주세요”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식사문화 개선을 홍보하고 있다.

◇ 막강한 네트워크가 장점

또한 정 총리는 정책 홍보 방송 KTV 토크쇼 ‘총리 식당’ 진행자로 직접 나섰다. ‘총리 식당’은 정 총리가 매주 한 차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부처 장관을 초청해 식사하며 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8일 첫 방송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호 손님’으로 출연했다.

정 총리는 방송에서 직접 음식 수레를 끌고 김밥과 떡볶이를 나르는 모습을 보였다. 정 총리와 강 장관은 식사를 하고 지난달에 있었던 강 장관의 방미 성과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총리가 직접 나서 방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총리실 측은 이번 방송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례회동에서 ‘각 부처 정책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끔 디지털 소통을 강화해달라’는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총리가 대권을 염두에 두고 개인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총리가 아직까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그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정 총리가 내년 초나 4월 재보궐선거 전후 총리직에서 내려와 대선 출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틈을 노려 제3의 후보로 부상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제3의 후보로 정세균 총리가 유력하지 않을까 한다”며 “당에서 기반도 막강하고 전방위적으로 네트워크도 좋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정치 활동을 하는 동안 큰 흠결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총리가 직접 지하철 안내방송을 하고 토크쇼 진행에까지 나선 것은 자신의 최대 약점인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 총리의 최근 행보는 대권에 나가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며 “여태껏 총리들이 흔히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 총리가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한 것”이라며 “자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해서 인지도를 넓히고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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