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길(사진 왼쪽부터)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운영위원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장신길(사진 왼쪽부터)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운영위원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총선 참패 이후 ‘중도 지향’과 ‘혁신’을 외치던 국민의힘이 ‘집토끼’에 대한 유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이후 극우세력, 강경 보수와는 거리를 두고 중도를 겨냥한 ‘외연 확장’ 행보를 보여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 묘지를 찾아 ‘무릎 사과’를 하고 최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추진하는 것도 산토끼인 중도를 겨냥한 '외연 확장'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이 ‘산토끼’ 공들이기에 나선 것은 황교안 대표 시절 태극기 세력으로 지칭되는 극우, 강경 보수세력과 손잡은 뒤 4.15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황교안 대표 시절 국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보수 유튜버’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는 집토끼를 등한시해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도 늘 공존해왔다.

그러나 ‘반문 정서’가 확산되는 틈을 타 국민의힘이 극우, 강경보수 세력과 다시 슬쩍 손을 잡는 모습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연석회의에서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키며 ‘반문 연대’를 모색했다. 또 조기 정권 퇴진을 위해 대동단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연석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상시국연대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집행위원장,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7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비상시국연대에 극우, 강경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다시 극우 세력과 연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당내 “도로 태극기로는 절대 못 이겨” 

이에 대해 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표출됐다. ‘탄핵 반대 세력’ ‘극우 세력’까지 참여하는 ‘반문 연대’로는 절대 더불어민주당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문재인 연대와 투쟁은 맞지만, 강경 태극기 세력에 휘둘리거나 탄핵 반대 세력이 주도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된다”며 “아스팔트 우파가 중심이 되는 반문 연대는 중도층을 등돌리게 하고 국민들의 눈살을 더 찌푸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조국 사태 당시,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지만 전광훈 목사의 범투본(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이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는 바람에 결국 야당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친박 태극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총선에서 대패하고 말았다”며 “황교안 전 대표 단식으로 국민들의 반문 연대를 키운 게 아니라 야당이 극우 진영으로 오해 받는 역효과가 더 컸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반문재인 투쟁이 절박하고 긴요하다면 우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연대해서 정당이 주도하는 장내 투쟁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국당, 도로 태극기로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세력을 긁어모아서 선거를 치른다고 해서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번 총선이 이미 증명하지 않았나”라며 “어떻게 수를 늘릴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좌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적 판단을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한 것이지 덩어리를 키우기 위해서 이 사람, 저 사람, 끌어들이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실 국민의힘이 극우, 강경보수 세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10일 보수단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3·1 운동에 빗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힘’이 극우세력과 단절을 요구했더니 되려 김종인 위원장은 극우세력을 3.1 만세운동에 나선 선조로 격상시켜 버렸다”며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국민 눈치는 보이고, 자신들의 표가 되는 극우세력과 선을 긋지는 못하겠으니 국민 앞에서는 말리는 척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김종인 위원장에게 주호영 원내대표의 ‘비상시국연대’ 참여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뉴시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김종인 위원장에게 주호영 원내대표의 ‘비상시국연대’ 참여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민주당 “대통령 퇴진 운운, 김종인 입장 밝혀라”

민주당은 이번에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연대’에 참여한 것을 두고 공격을 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에서 참패한 야당이 극우단체와 짝지어 대통령 퇴진 운운하는 것은 헌정질서 파괴 행위이며,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총선 불복 행위”라며 “김종인 위원장은 극우세력과 연대해 국민 분열과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국민의힘의 행보에 대해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힘은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로 추대된 것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 참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뒤 “원내대표가 개별적으로 갔다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비상시국연대’ 참여 여부에 대해 “그분들은 그분들대로 하시고 당은 당대로 할 일이 있다. 주 원내대표가 말할 사안이지만 저는 들어본 적 없다”며 “비대위원장도 선을 그어서 염려 안 해도 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도 뒤늦게 ‘거리 두기’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이날 공보실을 통해 “현 정권의 폭거에 저항하며 정당,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큰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공동대표직은 안 대표가 현장에 없는 상태에서 주최 측에서 추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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