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14일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살포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이틀째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13일) 저녁 밤 8시 52분 국회 의사과에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 이날 밤 9시께 무기명 표결 절자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법에 따라 종결 동의서 제출 24시간이 지나면 표결이 가능하다. 재석의원 5분의 3(180명)의 찬성표만 확보하면 된다. 전날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도 이같은 수순으로 종결됐다. 사실상 ‘시한부 필리버스터’가 될 전망이다.

이날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등판한다. 당의 얼굴을 내세워 정부여당 입법독주에 대한 화력을 최대치로 높여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 주호영, 엿새 간 필리버스터 종지부 찍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야당 발언권을 보장한다는 기존 입장을 엎고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수순을 밟은 데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야당의 정부여당 무제한 비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한 입으로 두 말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야당 비토권을 존중한다며 공수처를 강행하고, 야당 발언권을 존중한다며 필리버스터 종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신의도 예의도 없는 정치 행태”라며 “아무리 다수 의석을 점령했다지만 이렇게 함부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당적을 가졌던 박병석 국회의장이 전날 국정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관련 강제 종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데 대해서도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해 무(無)당적인 박 의장까지 투표에 참여했다”며 “중립적으로 국회를 이끌고 야당 발언을 보장해주는 의장이 맞느냐. 두고두고 나쁜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국정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결 무기명 투표는 최소 필요분인 찬성 180표(반대·기권 각각 3표)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됐다.

이에 대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진풍경이었다”며 “(박 의장은) 이제 민주당으로 돌아가셔도 좋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국정원법 개정안에 이어 남북관계발전법 필리버스터에 즉각 착수했다. 첫 주자로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오후 8시 49분부터 이날 오전 6시 52분까지 필리버스터를 약 10시간 진행했다.

태 의원은 “이건 대북전단금지법이 아니라 김정은과 손잡고 북한 주민을 영원히 노예 처지에서 헤매게 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태 의원 다음으로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송 의원 다음 주자로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최 의원에 이어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의원 다음 순번이 주 원내대표다. 토론 종결 표결이 이날 저녁 8시 52분부터 가능한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마지막 주자라는 관측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국민의힘 다음 필리버스터 주자는 주 원내대표”라며 “원내대표로서 정권의 무도함, 여야 난맥상을 직접 나서 3시간 넘게 지적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주 원내대표가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초 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날 밤 무기명 표결에 따라 강제 종결될 경우, 국민의힘은 주 원내대표 발언을 끝으로 지난 9일부터 엿새 동안 진행한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게 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국민의힘, 대국민 여론전 지속

여야 필리버스터 대치는 이날 밤 강제 종결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야 신경전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무위로 돌아간 필리버스터와 관계 없이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갈 길이 바쁘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놓고 철저 검증을 벼르는 모양새다. 공수처법 개정안 관련 법리적 검토에도 착수한 만큼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당장 국회는 오는 22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내주 개최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다.

특히 변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힘이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직결되는 만큼 역량을 집중해 몰아치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이슈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도 연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허점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 후보자가 지난 2006년 본인 소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입했다'는 의혹은 야권 입장에서 호재다. 변 후보자는 5억2,300만원 상당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카드사로부터 집값의 약 60%를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재가동도 임박했다. 야당 비토권 상실에 따라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도 가시권에 접어든 모양새다.

정치권은 초대 공수처장 최종 2인 후보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가 추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이들은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표를 던진 지난 회의에서 5표(전체 7표)를 받은 바 있다. 공수처법 개정으로 의결 정족수가 5표로 낮아진 만큼 재투표에 나선다면 통과가 유력하다는 판단이다.

추천위가 최종 2인을 추리면 문재인 대통령이 2명 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단 국민의힘이 법적 대응 및 공수처 검사 인사위원 추천 거부를 통한 견제에 나선다면 공수처 출범시한을 다소 지연시킬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문 대통령이 지명할 공수처장 최종 후보 인사청문회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이후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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