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요성은 공감… 해외 2·3차 확산 및 국내 상황 감안해 신중
방역 모범국가 싱가포르-대만·호주-뉴질랜드, 격리면제 트래블 버블 시행

/ 픽사베이
국내 항공 및 여행업계는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트래블 버블 체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기대를 접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 및 여행업계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체 가라앉지 않으면서 잠시나마 기대감을 높였던 ‘트래블 버블’ 효과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해외 일부 국가에서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 체결을 검토하기도 했었으나, 현재 국내 상황에 빗대보면 당장에는 힘들어 보인다.

◇ 2주 이상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500명↑, 3차 대유행 확산세

‘트래블 버블’은 특정 국가에서 외국인이 입국할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격리를 면제하는 협약을 말한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해외에서 온 입국자들에게 시행하는 2주간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등 입국 제한조치가 완화된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19로 인해 고사 직전에 놓인 전 세계 항공 및 여행업계를 살리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거론됐다. 지난 9월에는 홍콩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11개국과 트래블 버블을 추진한 바 있으며, 싱가포르인 다수는 격리면제 트래블 버블 체결 희망국으로 한국을 1위로 뽑은 바 있다.

이에 국내 항공·여행업계에서도 트래블 버블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해외 국가들은 한국을 트래블 버블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내 항공·여행업계에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최근 2주 동안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500명 이상으로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12월 1일은 국내 확진자 493명, 해외 유입 18명으로 총 51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부터는 일별 확진자가 540명, 629명, 583명 등 500명대 중반부터 600명대 중후반까지 지속되다가 지난 11일 확진자가 950명, 12일에는 1,030명까지 치솟았다. 이후 13일과 14일에는 718명, 880명 등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트래블 버블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도 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직전인 항공·여행업계를 살리기 위해 트래블 버블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등 3차 대유행으로 이어져 섣불리 도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인 상황에 트래블 버블을 정부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일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카운터. / 뉴시스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인 상황에 트래블 버블을 정부 측에 요청했었으나,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아 문체부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11월 3일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카운터. / 뉴시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는 트래블 버블 시행 전 국내 여행업 및 숙박업 등의 활력 제고를 위해 여행·숙박 쿠폰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추진한 직후 여행객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코로나19 확진자도 정비례하면서 이를 잠정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2단계 이상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이동 자체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 여행 쿠폰 배포도 중단한 상황에 트래블 버블은 시기상조로 보일 수 있다. 문체부 측도 “트래블 버블 도입과 여행·숙박 쿠폰 사업 재개는 코로나19 전체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외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은 코로나19 백신조차 명확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공급계약을 맺었던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공동 연구개발 백신은 아직 임상3상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와 결합 접종(콤비네이션)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며 백신의 효과를 두고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속속 사용 허가를 내리면서 접종에 돌입한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의 허가도 아직 받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해외 일부 코로나19 방역 모범 국가 간에는 트래블 버블까지 체결해 자국민들의 여행 편의성을 확대하고 항공·여행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대표적 국가로는 싱가포르와 대만,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있다. 대만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손꼽힌다. 지난 14일까지 대만에서는 누적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740명, 7명에 그쳤다.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 740명 가운데 약 630여명은 해외 유입자로, 국내 확진자는 100여명 정도에 그친 수준이다.

570만명의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지난 14일 기준 5만8,325명이며,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뉴질랜드도 14일 기준 확진자가 2,096명, 사망자 25명 등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호주는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가 2만8,045명, 사망자가 908명이지만, 지난 7~8월 급격한 확산 이후 10월부터는 일일 신규 확진자 30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는 당초 홍콩과 상호 트래블 버블을 도입하려 했으나 홍콩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12월 1일 트래블 버블 시행 직전 무기한 연기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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