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GB금융그룹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그는 DGB금융의 지배구조와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미래 성장동력 발판을 마련한 점을 인정받아 차기 DGB금융지주의 회장으로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인선을 두고 ‘셀프연임’이 아니냐는 구설이 일고 있는 만큼, 2기 체제를 준비하는 김 회장의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을 전망이다.  

◇ 지배구조 개선·비은행 부문 강화 인정받아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자로 김태오 현 회장을 추천했다. 회추위는 이날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된 김태오 회장과 임성훈 대구은행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실시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권혁세 회추위 위원장은 “DGB금융그룹의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취임 이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김 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과 CEO로서의 훌륭한 인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추천 배경을 전했다. 이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윤리경영을 실천하면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부분은 김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에 위원 전원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김태오 회장은 2018년 5월 DGB금융이 경영진 비자금 조성 및 채용 비리 사건으로 크게 휘청일 당시,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사다. DGB금융은 지배구조 및 조직 개혁을 위해 2011년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외부출신인 김 회장을 수장으로 맞이했다. 김 회장은 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 HSBC생명 사장 등을 역임한 인사다. 

DGB금융 측은 김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책을 마련하고 CEO육성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조직 안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투자증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해 비은행 부분을 강화하고, 글로벌 진출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가속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힘썼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엇갈려왔다. 지배구조 개선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화합 면에 있어선 다소 의구심을 사왔다. 특히 그는 지난해 초 대구은행장 겸직을 결정하면서, 노사 갈등을 노출하는 등 파열음을 빚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장직은 겸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초 적절한 후보군이 없다는 이유로 겸직을 결정했다.

이를 놓고 대구은행 내부에서 권력 집중화를 우려하며 강한 반발이 일었고 한동안 내홍이 지속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런 내부 반발을 딛고 지난 9월까지 1년 9개월간 은행장직을 겸직한 후,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번 연임 도전을 놓고도 내부에선 뒷말이 상당했다. 들러리를 내세워놓고 셀프연임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구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와 함께 최종 후보군에 든 인사 2명은 김 회장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선 임성훈 대구은행장은 지난 10월 취임해 재임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상태라 지주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는 우리은행 출신으로 경력은 우수하지만 2년 넘게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진 김 회장과 비교하면 약하다는 평가가 상당했다. 

◇ 셀프연임 구설 해소·수익성 방어 과제   

이에 최종 후보군이 공개된 후, 사실상 차기 회장은 김 회장으로 낙점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현직 지주 회장으로서의 영향력이 발휘된 셀프연임이 아니냐는 뒷말도 적지 않았다.  

경영 실적 평가도 엇갈린다. 우선 하이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해 은행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2년간 지휘봉을 잡아왔던 대구은행은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지주 전체 실적도 약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DGB금융그룹의 순이익은 3,274억원으로 전년보다 14.1% 감소했다. 지난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2,7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구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다. 하이투자증권과 DGB캐피탈 등의 비은행 부문이 이익이 대폭 늘어나면서 전체 지주 실적 하락세를 방어했지만 은행 계열사의 실적 악화는 그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2기 체제의 닻을 올리는 김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업계에선 그가 보다 확실한 경영 실적으로 리더십을 입증해 ‘셀프 연임 논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임 첫해인 내년 경영 실적이 매우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 업황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김 회장의 2기 체제가 순항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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