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8 15:09
윤석열 징계, ‘정직 2개월’에 그친 까닭
윤석열 징계, ‘정직 2개월’에 그친 까닭
  • 김희원 기자
  • 승인 2020.12.16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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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집중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문제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의결로 결론이 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 사실을 알리며 “그간 법무부는 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임이나 면직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해임 및 면직을 피하더라도 정직 6개월이나 최소 정직 3개월 정도의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만약 6개월 정직이 결정됐다면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라는 점에서 사실상 해임과 마찬가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징계위가 내놓은 징계 결과는 당초 예상에서 벗어나 수위가 대폭 낮춰진 ‘정직 2개월’이었다.

징계위는 징계 청구 사유 가운데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은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그러나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관련 감찰 방해의 사유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에 관한 협조의무 위반 등 감찰 불응의 사유는 징계 사유가 있으나 징계 사유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해 ‘불문(不問)’ 결정을 내렸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는 16일 의결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게 “해임부터 정직 6개월, 4개월 등 양정 일치가 안돼 토론을 계속 했다”면서 “(의결정족수인) 과반수가 될 때까지 계속 토론하다가 과반수가 되는 순간 피청구인에게 유리한 양정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거에 입각해 혐의와 양정을 정했다. 국민들께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린다”면서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 징계위의 정치적 판단 작용?

징계위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혐의를 충분하게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윤 총장 측이 제기할 행정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지 않을 수준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징계 절차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에 대해 무리하게 높은 수준의 징계를 결정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초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직무 배제를 하고 징계 청구를 하면서 해임 정도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예상됐다”며 “그러나 애매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윤 총장 측이 징계위 구성 자체를 부정하면서 워낙 강하게 저항을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윤 총장이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이 뻔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과도한 징계를 했을 경우, 일부 비위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직을 박탈하는 것까지는 너무 과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며 “차후에 벌어질 법원의 판단까지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징계 수준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평론가는 “윤 총장 징계 문제를 놓고 여론이 팽팽하게 분열된 상황이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 위해 징계위가 정치적‧정무적인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징계 사유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것들을 달아놓고, 막상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까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라며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4전 4패’를 당했다는 조롱이 나오던 상황이 아니었던가”라며 “여기서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어 ‘5전 5패’까지 된다면 정권 자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되어있다. 그러니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면서도 정직 2개월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시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시스

◇ 야당선 ‘실속 챙긴 꼼수 징계’ 주장 

야당은 징계위의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총장을 해임이나 면직했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징계위가 징계 수준을 낮춘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때까지 윤 총장의 손발을 묶은 뒤 공수처 출범 후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을 공수처로 이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잘라내기’ 역시 공수처 설치를 목전에 두고 갑자기 정직 2개월 징계로 선회했다”며 “공수처가 얼마나 든든하면 이런 여유까지 부리겠나”라고 썼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개월 정직은 거센 국민 여론에 쫄면서도 교묘하게 실속을 챙긴 교활한 꼼수”라며 “자신이 임명한 총장을 잘랐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고 자신이 약속한 임기 보장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직 2개월이면 문 정권이 본래 원하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공수처를 신속 출범시키고 울산 사건과 월성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마치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슬쩍 꼬리를 내렸다”며 “해임에 따른 국민적 반발은 최소화하면서도 공수처 출범 때까지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얕은 수”라고 주장했다.

징계위가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해 정직 결정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권 일각에서도 나왔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보고 하라면 해임하고 싶다”면서도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상당히 많아 그분들 입장을 생각한다면 ‘해임보다는 정직을 할 경우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여권이 정치적 후폭풍을 감안해 징계위를 통한 윤 총장 해임을 밀어붙이지 못했지만, 공수처가 출범하면 윤 총장과 연관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좌파, 소위 말하는 좌파 시민단체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 아마 직권남용으로 공수처에 고소할 것”이라며 “1호가 될지 2호가 될지 모르지만 소위 말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마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는 건 명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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