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임대료 부담에 대해 지적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화제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임대료 고통을 분담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한 임대료’를 제시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명 ‘임대료 멈춤법’까지 발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제는 고통분담이라는 좋은 취지가 존재하지만 법안까지 제정하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당청,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지적

“영업이 제한·금지된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짊어지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소득은 급감했으나 임대료는 그대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임대료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을 논의하겠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지난 14일 임대료와 관련한 지적을 한 가운데 김 원내대표까지 다음날 합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민주당 소속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동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집합금지 또는 제한 업종에 임대료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올해 초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로 통과시킨 ‘착한 임대인 운동’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임대료 인하를 법률로 강제한다는 점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차임에 관한 특례를 둬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집합금지, 집합제한 조치가 취해졌을 경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차임 등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집합제한 업종의 경우 차임 등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외에도 임대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임대인이 차임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로 인해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기 어려운 경우,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이 의원은 “감염병 예방조치에 대한 피해를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임대인과 금융기관, 정부가 함께 나눠야 한다. 그것이 공정”이라며 “‘재난이 약자에게 더 잔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임대료 멈춤법이 화제가 되자 일각에서는 여당이 '임대차 3법'과 같이 임대료 멈춤법 처리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임대료 멈춤법’에 존재하는 쟁점들

일각에서는 180석의 범여권이 임대차 3법처럼 ‘임대료 멈춤법’ 처리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해 갈등이 생겼던 것처럼 해당 법안도 임차인과 임대인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료를 깎는 것이 ‘공정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지만, 영세 임대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도 비판점이다.

당내에서도 ‘임대료 멈춤법’을 두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위급하지만 법적으로 임대료를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해당 법안은 법률로 임대료 제한을 강제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처벌이 없으므로 실질적인 준수 여부는 사실상 개개인에게 맡겨져 있어 강제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임대사업자에 대한 배려는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세액 공제 등이 실시되고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여당도 반대 여론을 예상하고 ‘임대료 멈춤법’과 함께 ‘세금 멈춤법’(조세특혜제안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착한 임대인’을 확대하는 것으로, 소상공인 임대료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임대료 인하에도 적용시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5일 “논의가 (많이) 나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제(14일) (문 대통령이) 지시했기 때문에 조금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16일 기자들과 만나 “(임대료 멈춤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는 있었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현재도 세액공제가 시행 중이고 내년 6월까지 연장 중”이라며 “당정이 이부분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정책위는 해외 사례를 모니터링 해서 국내에 도입할 만한 사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논란을 의식한 듯, ‘임대료 멈춤법’에 집중하기 보다는 ‘착한 임대인 지원’을 더 조명하는 모양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 염태영 최고위원이 임대료 지원 의제를 꺼냈고, 이광재 의원은 같은날 임대료를 직접 지원하는 호주의 사례를 들며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과감하게 해주는 쪽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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