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하이패스 차로선 통행권도 뽑을 수 있어… 운전자 혼동 가능성 ↑
하이패스 관련 권익위 민원 중에도 ‘차로 설계 등 요금소 구조적 문제’ 지적
15~19년 하이패스 관련 사고, 연평균 37.3건… 시설개선 필요 지적

한문철TV 영상 갈무리
전남 목포 톨게이트 진입로 중 좌측에서 두 번째 하이패스 차로는 하이패스와 일반 통행권을 겸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차로다. 이러한 차로는 목포 외에도 여러 곳 존재하며, 운전자들은 이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한문철TV 영상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고속도로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하이패스 차로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이패스 차로는 운전자가 차량을 정차하지 않은 채 통과하면 톨게이트에 설치된 센서가 차량 내 부착된 하이패스단말기를 인식해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일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하이패스 차로에 일반 통행권 방식을 겸용으로 운영하는 곳이 존재해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교통사고 전문변호사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하이패스 구간에서 갑자기 앞차가 멈춰서 받았는데 알고 보니…’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전남 목포 톨게이트(TG) 진입구간 하이패스 차로에서 전방 차량의 정차로 인해 후방 차량인 제보자가 앞차를 추돌한 사고 상황이 담겨있다. 이번 사고에서 앞차가 정차를 한 이유는 통행권을 뽑기 위해서다.

후방에서 앞차를 추돌한 블랙박스 영상 제보자는 바닥의 파란색 하이패스 유도선을 보고 1, 2차로 모두 하이패스 차로로 인지해 2차로에서 속도만 줄여 그대로 통과를 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패스 차로에서는 무정차 통과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TG에서는 하이패스 차로에서 통행권을 발급하기도 하는 ‘하이패스·일반 겸용 차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겸용 하이패스 차로에는 하이패스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이 진입할 시 통행권이 발급된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설치한 차량은 일반 하이패스 차로와 똑같이 무정차로 통과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하이패스·통행권 겸용차로는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행권 겸용 하이패스 차로 바닥에는 하이패스 전용차로 바닥과 동일하게 파란색으로 선을 그려 ‘하이패스 차로’임이 강조돼 있다. 운전자들은 보통 멀리서부터 이 파란색 선을 보거나 내비게이션 안내음성에 따라 하이패스 차로로 진행한다.

이 경우 전방 주행 차량이 통행권을 뽑는 차량이라면 정차를 하게 될 것이며, 이번 사고와 같이 후방 차량이 전방 차량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햇빛이 강한 날은 요금소 지붕으로 인해 TG에는 그늘이 질 수 있고, 하이패스 차로 진입 차량 운전자는 정차 중인 차량을 뒤늦게 발견해 급제동을 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하이패스 관련 민원은 국민권익위원회 측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국민권익위원회
지난 2018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 “위험한 하이패스 차로 변경 때문에 사고 날 뻔 했어요!”에 담긴 하이패스 관련 민원 조사 내용. / 국민권익위원회

권익위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2년간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하이패스 이용 관련 민원(876건) △하이패스 안전에 대한 국민생각함 의견(469건) 등 총 1,345건의 국민 목소리에 대해 분석결과를 2018년 10월 발표했다.

876건의 민원내용을 살펴보면, ‘하이패스 구간에서 위험한 차로 변경 행위’와 관련된 민원이 38.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차로 설계 등 요금소의 구조 문제’가 12.1%를 차지했다.

하이패스 차로 설계 등 요금소 구조 문제가 두 번째로 많은 민원으로 올랐다. 이 중에는 구조 문제로 인해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 잘못된 설계에 대한 불만이 65.7%로 가장 많았고, 하이패스와 일반 차로의 식별이 곤란해 발생한 민원이 25.7%로 뒤를 이었다고 권익위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민생각함을 통해 하이패스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해 469명의 국민의견을 수렴한 결과 중에서도 ‘차로 혼동’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구조적 문제’ 중 가장 높은 문제로 꼽힌 것은 ‘제한속도의 비현실성(43.1%)’이었으며, 이어 △하이패스·일반 차로 혼동(28.4%) △차로 폭 협소(23.5%) 등 문제가 지적됐다.

해당 분석에 대해 권익위 측은 “교통흐름을 방해하거나 급차로 변경 등으로 사고 위험성이 높은 하이패스 차로에 대한 위치 조정과 유도선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차로와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요금소별로 다른 하이패스 차로 위치, 표지판 등을 통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29일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고속도로 TG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52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하이패스 관련 사고가 185건으로 35.3%를 차지했다. △2015년 36건 △2016년 40건 △2017년 39건 △2018년 38건 △2019년 32건 등 하이패스 관련 사고만 연평균 37건 발생했다.

하이패스 차로 관련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이유로는 하이패스 단말기 이용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설치해 이용하는 운전자 비율은 2015년 55.1%에서 지난해 75.0%까지 올랐다.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다차로 하이패스 전용차로’ 설치 등 시설개선이 꾸준히 제안된다. 다차로 하애패스 전용차로는 차로 간 구조물을 없애고, 복수 차로를 연결해 보다 넓은 차로폭을 확보할 수 있어 교통사고 위험을 낮춰준다. 제한속도도 80㎞/h까지 상향해 주행해도 인식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교통혼잡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 뉴시스
화물차 진입 차로는 중량 측정을 해야하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하이패스 차로로 만들었음에도 통행권을 함께 사용하는 겸용 차로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북수원 TG. / 뉴시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측은 겸용 하이패스 차로의 사고 발생 위험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측은 “하이패스 혼용차로는 2015년 화물차 하이패스 확대를 위해 기존에 축중기가 설치된 하위차로에 추가로 하이패스 시설을 설치한 것”이라며 “4.5톤 이상의 화물차는 과적단속을 위해 반드시 축중기가 설치된 차로만 통과해야 하며, 승용차 및 4.5톤 미만 화물차량은 일반 하이패스 전용 차로로 통과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교통법상 하이패스 차로 통과속도는 30㎞/h로 제한돼 있고, 축중을 위한 화물차량은 TG 진입 시 서행(10㎞/h 이하)하므로 추돌의 위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화물차 과적단속을 위한 통행권 겸용 하이패스가 아닌, 일반 하이패스 차로 일부에도 이러한 겸용 하이패스가 존재해 전수조사를 진행한 후 설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도로공사는 김포·동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심권 관문 17개 영업소의 다차로 하이패스 구축공사를 마무리하고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개통을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수도권 6곳(김포·시흥·청계·성남·구리남양주·동서울) △강원권 1곳(남원주) △충청권 3곳(남세종·북천안·송악) △광주전남권 1곳(동광산) △대구경북권 1곳(서대구) △부산경남권 5곳(북부산·대동·산인·칠원·통영) 등 TG가 해당된다.

이 중 김포 영업소의 판교와 일산 방향은 각각 지난달 25일과 27일 개통됐으며, 동서울 영업소 출구 방향은 지난달 27일, 입구 방향은 12월 4일 개통됐다. 도로공사는 내년까지 총 60곳의 TG에 다차로 하이패스를 확대 구축하는 계획에 따라 내년에도 28곳에 대한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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