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징계 조치 재가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문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징계 조치 재가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문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추미애-윤석열 정국’이 2라운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올해 내내 정국을 뒤흔들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 총장과의 대립 구도로 비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추 장관으로부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징계 제청안을 재가했지만, 윤 총장이 불복 소송 의지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재가했다고 밝히며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사실상 ‘추미애-윤석열 동반 사퇴’를 의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윤 총장의 징계 확정과 추 장관의 자진 사퇴로 ‘추‧윤 정국’을 수습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징계안 재가 사실을 알리며 “(문 대통령이)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국 상황은 문 대통령과 여권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징계안 재가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 입장을 고수하면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로 전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 측은 17일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오늘 중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장을 접수할 계획”이라며 “일과시간 중 접수는 어려워 일과시간 이후에 전자소송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피고는 국가공무원법 제16조에 따라 징계 제청자인 추 장관이 되지만 문 대통령의 재가를 통해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실상 문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윤석열 검찰총장. 여야는 윤 총장의 소송전이 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윤석열 검찰총장. 여야는 윤 총장의 소송전이 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뉴시스

◇ 여야, ‘윤석열 소송전’ 파장 예의주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현안 관련 입장 발표를 통해 “마치 대통령과 윤석열 총장이 서로 맞대고서 소송을 하는 모습이 과연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 하는 이런 점을 대통령께서는 냉정한 판단으로 보는 것이 대통령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권도 윤 총장의 불복 소송을 문 대통령과의 ‘전쟁 선언’으로 규정하고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제 새로운 페이지가 넘어가는 건데 이 페이지 속에는 불가피하게 대통령과 윤석열 총장이 각을 세우게 되는 그러한 페이지가 될 것 같다”며 “왜냐하면 윤 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해서 지금 반발하고 있지 않나.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윤 총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것 같지 않으니까 대통령과 한판 하겠다는 그런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은 사실 아주 무서운 분이다. 평소에는 부드러운 듯 하지만 마음먹으면 무서운 분인데, 저는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과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이 사임을 해야 되는데 버티기 하니까 이제 한판 해보자라는 건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저는 이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소송전을 벌이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에게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정직 처분’ 취소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경우 그의 임기인 내년 7월 안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 입장에선 집행정지 소송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행정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려 윤 총장이 직무에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문 대통령과 여권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의 집행정지 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체면이 구겨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정지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도, 정직 2개월 후 내년 2월 중순 복귀해도 임기인 7월까지는 5개월 정도가 남는다”면서 “윤 총장이 복귀 후 마이웨이를 계속 할 경우 윤 총장과 여권과의 갈등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더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향후 대권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의힘과 야당 대선주자들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 총장이 소송전을 벌이면서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대통령 인사권 아래 놓여 있는 사람이 그런 선택(법적 대응)을 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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