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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혜택이 내년부터 또 줄어든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등 배출가스를 뿜지 않는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량에 세제혜택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친환경차’에 속하는데도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엔진과 배터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내연기관 차량’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혜택을 더욱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 대기오염물질 배출 경차보다 적지만 ‘친환경’ 혜택 예외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자동차·태양광자동차·수소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 등과 함께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해당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용되던 세제혜택 및 할인·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엄밀히 따지면 내연기관 차량에 해당돼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경차보다 연료효율이 높으면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적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내연기관 경차는 기아자동차 모닝과 레이, 그리고 쉐보레 스파크 등 3개 차종이 전부다. 이 중 연료효율이 가장 높고 CO₂ 배출량이 가장 적은 차종은 모닝이다. 모닝은 공인 복합연비가 15.7㎞/ℓ이면서 CO₂ 배출량은 104.0g/㎞ 수준이다.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 중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16.2㎞/ℓ, CO₂ 배출량은 97.0g/㎞으로 모닝보다 경제적이다. 수입차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도 17.5㎞/ℓ 연비와 92g/㎞ CO₂ 배출량을 자랑한다. 전반적인 부분이 경차보다 뛰어나다. 그럼에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차량은 경차가 누리는 혜택을 모두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하이브리드 차량은 고속도로와 같은 유료도로에서 감면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차는 통행료를 50% 감면받고 있다. 경차에 대한 할인 제도는 지난 1996년 도입됐다. 경차 할인 혜택 도입 취지는 고유가 시대에 경차산업을 장려하는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경차보다 뛰어난 연비를 보이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개발·생산되고 있음에도 혜택은 한쪽으로만 치우친 모습이다.

◇ 국토부 “할인 취지와 거리 있어… 전기·수소차에 한해 세제혜택 적용”

이와 함께 지난 2009년 국립환경연구원 연구 결과 CO(일산화탄소), THC(총탄화수소), NOx(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도 60∼120㎞/h에서 경차가 2,000cc급 세단보다 더 많이 내뿜었다.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하면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경차 통행료 할인을 도입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고 경차보다 효율이 좋은 차량이 더 많다”며 “정부가 25년째 행하고 있는 경차의 유료도로 할인 혜택은 현재 실정과 맞지 않으며, 수정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하이브리드 차량 취득세 감면도 반토막 난다. 지난해 140만원 한도였던 하이브리드 차량 취득세 감면혜택은 올해 90만원 한도로 50만원이 줄었고, 내년에 또 50만원이 줄어 40만원까지만 혜택이 지급된다.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시 지급하던 보조금 500만원은 내년부터 폐지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혜택이 매년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측은 할인 혜택을 적용하는 취지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친환경차량으로 분류가 되기는 하지만 엔진과 배터리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결론적으로는 내연기관 차량”이라며 “현재 정부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에 대해서 세제혜택을 적용해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행료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경차 도입 당시 혜택 적용 기준을 현재 생산되는 차량까지 확대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할인 대상으로 적용하면 향후 또 다른 차종에 대해 할인을 추가로 적용해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운전자들이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혜택이 더욱 축소되는 만큼 해를 넘기기 전인 12월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가 소폭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하이브리드 차량 혜택 축소로 인해 내년 하이브리드·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실 구매가격은 올해 대비 소폭 상승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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