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제출하는 한편,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HMM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제출하는 한편,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적 해운선사 HMM(옛 현대상선)이 노사갈등에 휩싸인 가운데, 각자의 ‘속사정’이 복잡하게 얽히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더 이상의 고통 전가를 감내할 수 없다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 ‘강요된 희생’에 뿔난 노조

HMM 해상선원노동조합(이하 HMM노조)은 최근 임금협상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6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등 고통분담을 이어왔지만, 처우가 나아지기는커녕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유다.

HMM노조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선원들은 가족과의 만남은커녕 배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국제협약으로 정한 최대 기간까지 초과하며 장기 승선을 이어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무려 6년간의 임금 동결 등을 참고 참은 선원들에게 또 다시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HMM은 전신인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0년대 해운업계에 악재가 이어지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결국 2016년 현대그룹의 품을 떠났고, 현재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있다. 이후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추진으로 대규모 지원을 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올해 2분기 5년여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초기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박 공급을 줄인 가운데, 하반기 들어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해운 운임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HMM은 올해 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HMM노조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흑자전환 등 경영상황이 나아졌음에도 고작 1%의 임금 인상률을 제안하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인건비를 줄여 부채를 상환하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HMM노조는 조정 및 중재의 결과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 사상 첫 파업? 수출기업 ‘긴장’

이처럼 파업까지 예고되고 있는 HMM의 노사갈등은 여러모로 주목을 끈다.

먼저, 해운업종의 특수성상 파업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선원 노동자의 경우, 운항 또는 기항 중일 때에는 파업을 할 수 없고 국내에 정박 중일 때에만 파업이 가능하다. 1976년 회사 설립 이후 HMM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더욱이 HMM은 현재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있다. 보통의 기업에 비해 상황이 훨씬 복잡하다. 사측 입장에선 노조와 합의점을 찾는 것 못지않게 채권단과의 경영개선이행약정도 신경써야 한다. 

이는 HMM노조가 사측 뿐 아니라 산업은행과 정부를 향해서도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HMM노조는 “금융논리만을 내세우는 산업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 흑자전환의 결실을 차지하려고 해 선원들은 참담함을 느낀다”며 “악화되는 고용여건에 벼랑으로만 몰리는 선원들을 정부는 손 놓고 보기만 할 것인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공식 입장을 내고 심각한 우려의 뜻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지난 17일 “HMM은 2018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며 경영정상화 달성 시까지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고, 현재도 경영정상화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9년간의 적자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으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채권단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HMM노조의 파업이 산업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다는 점 또한 긴장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현재 국내기업들은 이미 해운물류대란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 운임이 폭등했을 뿐 아니라, 아예 컨테이너박스가 부족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HMM노조의 파업이 현실로 이어질 경우 해운물류대란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현재 국내 수출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HMM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지원된 점,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원활한 해운물류 지원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HMM 노사가 조속히 해결방안을 찾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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