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취임 후 4번째 연말을 맞는다.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취임 후 4번째 연말을 맞는다. /르노삼성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수선했던 2020년이 이제 열흘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도 어느덧 4번째 연말을 맞고 있다. 르노삼성을 이끈 지 만 3년을 넘겼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된 상황들로 인해 아쉬움만 가득한 모습이다. 박동훈 전 사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 역시 또 다시 실패했다.

◇ 시뇨라 사장의 또 다시 우울한 연말

시뇨라 사장이 공식 취임한 것은 2017년 11월이다. 당시 르노삼성은 박동훈 전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고, 시뇨라 사장은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시뇨라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임직원들이 지난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품질 1등, 국내판매 톱3‘라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만 3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훌쩍 지났다. 시뇨라 사장에겐 취임 후 4번째 연말이다. 하지만 한 해를 정리하는 이 시기가 그리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줄곧 아쉬움으로 가득 찼던 연말이 올해는 더욱 착찹하기만 하다.

르노삼성의 11월까지 내수시장 판매실적은 8만7,929대다. 가히 ‘최악’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했고, 취임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이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 시뇨라 사장 취임 이전이라 할 수 있는 2016년과 2017년, 르노삼성은 연간 11만1,101대, 10만537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르노삼성은 올해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재기에 시동을 건 바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성능 개선에 이어 올해 디자인에 변화를 주며 페이스리프트를 완성한 SM6의 판매실적 회복이 여러모로 중요했다. 

하지만 SM6는 새롭게 출시된 이후 판매실적이 더욱 저조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월간 판매실적이 500대도 넘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QM6가 건재하고, 올해 처음 선보인 XM3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점이 위안이긴 하지만, SM6의 대실패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출이다. 11월까지 누적 수출실적은 1만9,22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내수시장과 수출을 합산한 총 판매실적 역시 전년 대비 33.2% 줄어들었다. 

수출실적 추락의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사태도 있지만,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노사갈등을 빼놓을 수 없다. 르노삼성은 과거 노사관계가 원만한 대표 기업이었으나 최근엔 그렇지 않다. 임단협을 둘러싼 대립이 이어지면서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수출 효자’ 역할을 하던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종료, 그리고 대체 생산물량 확보 난항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올해 임단협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진행된 노조 선거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기존 집행부가 연임에 성공한 상태다.

이처럼 시뇨라 사장 취임 이후 판매실적 부진 및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르노삼성의 모습은 자연스레 전임 사장 시절과 비교된다. 시뇨라 사장 직전 르노삼성을 이끈 박동훈 전 사장은 적극적이고 과감한 시장공략으로 SM6와 QM6의 연속 돌풍을 성공시켰으며, 노사관계도 원만했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SM6의 부진한 판매실적과 QM6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내년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며, 연임에 성공한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민주노총 가입을 재차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XM3 수출이 기대해볼만한 부분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