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야권 단일후보 선정 방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일찌감치 보궐선거 경선룰을 잠정 확정한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갑작스런 출마 선언으로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야권 서울시장 후보군 중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받는 안 대표의 출마에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후보 단일화 방식에 대해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하는 방안과 범야권 통합경선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안 대표가 ‘범야권 연립 서울시 정부’를 거론하면서 선거 전 ‘선입당’과 통합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후보 단일화를 위한 양당의 물밑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 가능성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대표의 출마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안 대표에 앞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김선동 국민의힘 전 사무총장·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김 전 사무총장은 ‘3단계 경선’을 제안했다. 1단계(당원 100%)와 2단계(당원 50%·국민 50%)를 통해 국민의힘 후보를 압축한 뒤 3단계(국민 100%)에서 최종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를 포함한 원샷 경선은 단호히 반대한다”며 “안철수 선입당, 경선 당원비율 등 논란이 불거져 야권을 복잡하게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원 자존심을 지키면서 현 당헌당규를 준수하고 나아가 100% 국민경선으로 당 후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조 구청장은 전날(20일) 페이스북에서 안 대표를 향해 “무능한 정부와 민주당 10년 서울이 가져온 서울의 정체와 퇴보를 심판하는 대열에 함께 나서주신 것에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면서도 “정치입문 10년 동안 한번도 경선하지 않고 꽃가마 탄 특권의식, 경선 없이 쉽게 가고싶은 ‘꽃철수’는 안 된다”며 선 입당 후 경선을 주장했다.

조 구청장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면 제1야당 국민의힘에 입당해 공정하게 경선을 치르는 것이 정도”라며 “국민의당에 있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진 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건 국민의힘 지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과 통합경선 방식을 간곡히 제안한다”며 “경선과정에서도 기득권과 특혜 없이 야권후보 통합경선에 참여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경선룰을 잠정 확정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이후 경선준비위원회를 가동해 지난달 초 경선룰을 마련했다. 예비경선(국민 100%)과 본경선(당원 20%·국민 80%) 등이 골자다.

본경선에서 책임당원 비중이 20% 적용되는 만큼, 경선룰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시나리오는 극히 희박할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룰은 이번 주 출범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다소 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전날(2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야권 경선과 관련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공정한 경쟁을 할 수만 있다”라는 단서를 붙였다. 경선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연대가 어그러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셈이다.

특히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야권이 힘을 합쳐 새롭고 혁신적인 시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선입당’을 에둘러 거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권은희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입당해서 단일화하는 방법은 서울시민 인식에 비춰 더 좋은,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으로 이태규 의원, 권은희 의원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으로 이태규 의원, 권은희 의원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야권의 단일화 논의 불가피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장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발표한 현안 관련 입장문에서도 야권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안 대표의 출마·보궐선거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입장문에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정부의 미흡한 백신 확보 지적과 모레(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지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긴급 화상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안 대표에 대해 크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제1야당이 일일이 대응하면서 당장 체급을 높여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하면 보궐선거 필패가 예상되는 만큼 결국 양당이 연대를 위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실책으로 마련된 보궐선거에서도 야권이 패배한다면 당장 공멸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의당 입장을 모두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최소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서로 공감대가 있다”며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는 대로 모두가 받아들일 만한 단일화 방안을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