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등판했다. 당초 그는 2022년 대선 준비에 전념하겠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 안 대표는 ‘정권 심판론’과 ‘야권 단일화’를 내세우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안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정권교체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이며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1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안 대표는 이달 초만 해도 2022년 대선 준비를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밝히며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원로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 명분은 정권교체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3석의 국민의당을 기반으로 2022년 3월 차기 대선까지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보고 있다. ‘반문재인’ 연대를 기치로 보수 야권의 중심에 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안 대표는 그간 야권 혁신 플랫폼을 제안하며 국민의힘에 연대를 제의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보수 야권의 맹주로 거듭나기 위한 시나리오를 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로는) 대선에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1년 이상 지지부진하게 (대선에) 매달리지 않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집중하자는 당 안팎의 설득이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이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도 안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주 대비 2.7%p 하락한 27.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2.2%p 하락했지만 민주당보다는 앞선 31.9%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평론가는 이에 대해 “(여당의 지지율 추이를 보고) 야권 후보로서 현재 눈에 띄는 인사도 없으니 단일후보가 되면 해 볼만 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식상한 프레임인 반문연대를 기치로 단일화해도 서울시장 당선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야권 단일후보를 제안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입당 뒤 당내 경선을 치르라’는 요구가 분출되는 가운데, 안 대표 측은 ‘기득권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21일 최고위 회의에서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정권교체의 교두보로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민의힘의 입당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자당 후보와 안 대표의 1:1 경선보다는 ‘입당 후 경선’ 요구 목소리가 더 클 전망이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