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 상무부가 중국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중신궈지)를 포함한 60개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가운데, 해당 조치가 삼성전자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론 영향이 크진 않을 수 있으나 미국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SMIC 이용 고객들이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 업체로 고개를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美 제재로 10nm 공정 불가능해진 SMIC… 삼성전자·TSMC 시장 양분 가능성↑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SMIC 관련 제재의 핵심 내용은 10nm 이하의 선단 공정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보유한 10nm 이하의 반도체 생산기술에 SMIC는 이제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출허가가 차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SMIC는 10nm 이하의 반도체 공정 연구 개발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14nm 공정을 상용화에 성공했고, 내년 10nm, 2023년 7nm 공정을 목표로 하고 있던 SMIC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내년 지역별 반도체 장비 투자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SMIC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영향과 칭화유니그룹의 재정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1위, 세계 5위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미국 제재로 제동이 걸린 사이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로부터 무역 제재를 받은 후 삼성전자, 노키아 등 타 5G통신장비 업체들이 큰 이득을 본 것과 비슷한 양상이 연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선단 공정이 14nm였던 시기에 전 세계 반도체 제조시장은 대만의 TSMC,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와 인텔의 4파전이었으나, 10nm 이하로 미세 공정 전환이 전개된 이후 이제 TSMC와 삼성전자의 2파전으로 경쟁구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상무부의 이번 제재로 SMIC는 10nm 이하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며 “파운드리 선단 공정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양대 강자의 과점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경민 연구원은 미국 팹리스 중에 SMIC의 주요 고객사였던 퀄컴, 브로드컴, 온 세미컨덕터, 코보 등의 고객사들이 향후 삼성전자, TSMC 등 ‘중국 외 기업’에 의존하거나 다른 파운드리 생산라인과의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김경민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주가 측면에서 대만과 한국의 파운드리 공급사들이 리레이팅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제품가격 △출하량 △원가 중에서 제품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8인치 파운드리의 제품가격은 예능분야 ‘트롯 열풍’에 비견될 만할 정도다. 2년 전만 해도 이렇게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려웠다”며 “파운드리의 경우 업계 전반적으로 ASP (제품가격)의 상승효과를 누리는 것은 2013년 이후 거의 처음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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