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에서 일하던 30대 배송기사는 숨진 채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지난 10월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두 달 만에 또 다시 과로사 논란이 불거져서다. 최근 롯데택배에서 일하던 30대 배송기사는 숨진 채 발견됐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측은 “과로사로 추정된다”며 롯데택배에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아하 대책위)는 지난 23일 서울시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택배 기사의 사망 사실을 공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롯데택배 수원권선 세종대리점 소속으로 근무하던 박씨는 이날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아직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책위 측은 과로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책위 측은 “고인은 지난 7월부터 롯데택배에 입사해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장시간 일했고, 입사 후 체중이 20kg이나 빠졌다고 한다”며 “사망하기 전까지 고인은 평소 250개 수준의 물량을 배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근무했던 터미널에는 롯데택배가 약속했던 분류작업 인력이 전혀 투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이 매일 새벽 출근해 장시간 분류작업을 하고 자신의 물량을 배송하며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며 “롯데택배는 국민들에게 과로사 대책을 약속했지만 현실에서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7월 입사했음에도 입적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택배업계에서 택배기사가 숨진 것은 올해만 16번째다. 택배업계 노조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과중한 업무로 근로자들이 과로사하고 있다”며 택배업체 및 정부에 대책을 촉구해왔다. 

이에 롯데택배를 운영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0월 말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해당 대책에는 △분류 작업 인원 1,000명 단계적 투입 △연 1회 건강검진 지원 △상하차 인력 지원금 지급 △택배 기사 페널티 제도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내놓은 지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택배기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번 논란을 어떻게 대처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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