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계에 친환경 열풍이 불면서 패키지에서 '충전기'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을 시작으로 샤오미,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원가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해 충전기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시작했다./ 사진=Getty images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스마트폰 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필두로 기존의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됐던 포장들이 간소화되고, 박스 두께도 얇아지는 추세다. 각 사들은 스마트폰 공정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 감소, 폐기물 줄이기, 자원재활용 등의 목표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친환경 행보가 소비자들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바로 ‘스마트폰 충전기’ 문제 때문이다. 향후 출시될 스마트폰 모델들에 원가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해 충전기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 ‘탈충전기’ 신호탄 쏜 애플… 삼성·샤오미도 같은 움직임

충전기 논란은 애플이 ‘아이폰12’ 출시 이후부터 충전기를 ‘환경보호’를 위해 더 이상 패키지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지난 10월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는 기본 모델과 미니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모델군인 아이폰12 프로, 아이폰12 프로맥스에서도 USB-C타입 케이블은 동봉되지만 충전용 어댑터는 제공되지 않는다.

지난 9월 애플은 ‘환경보호와 자원낭비 방지를 목적으로 향후 생산되는 모든 아이폰 패키지에서 충전기 등 어댑터 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포장 패키지의 부피를 줄이고 물류 효율을 높여 탄소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다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리사 잭슨 애플 환경담당 부사장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소중한 자원의 채굴 및 남용을 줄이기 위해 이번 아이폰12에서는 이어폰과 충전기를 뺐다”며 “이미 전 세계에 20억개에 달하는 애플 정품 충전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 충전기가 필요한 소비자들만 선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을 올해 10월 환경보호와 자원낭비를 방지를 목적으로 향후 생산되는 모든 아이폰 패키지에서 충전기 등 어댑터 제공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애플의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애플이 환경 보호에 대한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의 이 같은 정책이 처음 발표됐을 당시 소비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애플이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본사 자체의 노력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라는 지적이었다. 

당시 타 스마트폰 경쟁사들도 애플의 정책에 대해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우리 제품에는 충전기가 탑재됩니다”라는 게시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역시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갤럭시는 충전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등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게시글과 함께 충전용 어댑터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와 샤오미 역시 애플의 ‘탈 충전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8일 샤오미 최고경영자인 레이쥔 CEO는 중국의 웨이보를 통해 샤오미의 신형 스마트폰 ‘미11’ 패키지에선 충전기를 기본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레이쥔 CEO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유휴 충전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하는 갤럭시S21의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할 듯 하다. 지난 8일 미국의 IT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삼성전자가 브라질 국가통신국 아나텔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오는 2021년 출시될 갤럭시S21, 갤럭시S21+, 갤럭시S21울트라 등의 패키지에서 충전기 및 이어폰을 포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 공식 트위터에는 “갤럭시는 충전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등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게시글과 함께 충전용 어댑터 사진이 게재됐다.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21모델부터 충전용 어댑터를 패키지에서 제외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충전기 제외, 환경보호와 원가절감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주장처럼 스마트폰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하는 것이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될까. 

일단 애플 측 자료에 따르면 확실히 탄소절감 효과는 볼 수 있을 듯하다. 스마트폰 패키지에서 충전기가 빠지면 그만큼 포장 상자의 크기와 무게는 줄어들게 된다. 이는 곧 물류 효율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애플은 “충전기를 패키지에서 제외할 시 한 번에 70%의 제품을 더 많이 운반할 수 있어 탄소배출량을 연간 200만톤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차량 45만대가 1년 동안 뿜어내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원가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전기를 통한 제조비용 절감효과는 국내 연구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2년 정보통신부(2008년까지 국가 정보통신·전파관리 등을 관장했던 중앙행정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에 충전기를 포함하지 않아 판매한다면 연간 3,500억원의 비용 절감과 환경 개선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10월 발간한 보고서 ‘KISA REPORT 2020’에서 “당장 충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하게 쌓이는 충전기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형 전자기기에서 어댑터를 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의 그 첫발이 조금 급박하게 시작되면서 불만을 산 것은 아쉽지만 환경 고민을 그저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혹은 멋있어 보이려는 의도만으로 바라보기보다 환경에 대한 접근을 고민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스마트폰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하는 것이 환경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명확한 분석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가장 먼저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한 애플도 정책을 시행한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충전기·이어폰 미제공 정책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애플 애널리스트인 룹벤처스의 공동창업자 진 문스터(Gene munster)는 지난 10월 미국의 IT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충전기나 이어폰을 따로 구매할 경우에도 포장 폐기물은 여전히 발생하며, 별도 배송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탄소 배출량도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다른 판매업체의 이어폰이나 충전기를 구매한다 하더라도, 탄소 배출량은 그대로 증가해 전체 배출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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