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74석의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되자 당 지도부가 단속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이 현재 국회 다수 의석, 상임위원장 독식, 상임위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법안심사위의 ‘입법폭주’ 우려 

30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당내 ‘법안심사위원회’의 확대를 제안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비판을 받은 직후다. 해당 법안은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최근 여당 내에서 위헌 논란을 부르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이 대표가 언급한 법안심사위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기구다. 이 대표는 앞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안심사위를 거치게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23일 민주당은 법안 발의 전 원내지도부와 협의를 강화하기로 방침을 세웠는데, 해당 방침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그렇다면 법안심사위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민주당 당헌 제43조 3에 따르면, 정책위원회는 ‘법률안 등 국회에 제출되는 의안의 심의’를 할 권한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당내에서 발의되는 의안 심사권을 정책위가 갖고 있는데, 개별 의원의 자율적인 법안 발의 환경을 위해 사실상 행사하지 않고 있었다. 또 당헌 47조에는 법률안의 심사를 위해 정책위원회 의장 아래에 법안심사위를 두며, 정책위의장이 지명하는 정책위 소속 위원들로 구성된다는 것도 명시돼 있다. 

법안심사위의 세부적인 기능은 당규로 정해져 있다. 민주당 당규 제5호 104조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론으로 추천하고자 하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경우에는 법안심사위원회에 해당 법률안을 제출하여야 한다’, ‘법안심사위원장은 제출된 법률안이 당의 강령과 기본정책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고, 심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즉, 기존의 법안심사위는 ‘당론 법안’을 심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위에 언급된 당헌·당규는 사실상 형해화된 규정이므로 법안심사위라는 조직은 현재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 대표는 당헌·당규에만 존재하던 기구를 되살려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를 제어하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진성준 의원의 ‘1가구 1주택’ 법안, 이동주 의원의 ‘임대료 멈춤법’, 정청래 의원의 ‘윤석열 방지법’ 등 논란이 된 법안들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현재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는데다 상임위도 차지하고 있어 법안 발의를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 실무진의 의견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174명 의원의 법안을 10여명의 전문위원이 검토할 수는 없다”면서 “(이 대표의 제안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자율적인 입법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현실적인 여건과 당내 반발로 인해 이 대표의 제안대로 법안심사위가 모든 법안을 검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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