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로 활동 중인 키움증권은 잇단 파문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부터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로 활동 중인 키움증권은 구단의 잇단 파문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새로운 시즌에 대한 준비로 활기가 넘치고 분주해야 할 시기, 프로야구계가 키움 히어로즈 파문으로 뒤숭숭한 연말을 맞고 있다. 파문의 중심에 섰던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뒤늦게 침묵을 깨고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불미스러운 잡음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메인스폰서 키움증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 결국 고개 숙인 허민, 키움증권은 끝내 ‘뒷짐’

“대단히 부적절하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으며, 그간 야구계를 걱정하시는 안팎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며, 과거 논란 당시 공식적인 사과의 시기를 놓쳐 이제서야 말씀 드리는 점도 사과드립니다.”

31일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발표한 사과문 중 일부다. 허민 의장은 앞서 2군 선수들을 개인적인 투구연습에 동원하고, 이를 촬영해 제보한 팬을 사찰한 의혹으로 거센 파문에 휩싸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구단 소속 선수가 KBO에 징계요구서를 제출했고, KBO는 지난 28일 2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키움 히어로즈 측은 허민 의장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법적대응 의사를 밝혀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야구계 안팎으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이날 허민 의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앞서도 여러 불미스런 사건·사고로 숱하게 물의를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끝내 침묵을 지킨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의 모습은 찜찜한 뒷맛을 남긴다. 키움증권은 메인스폰서 계약을 통해 지난해부터 히어로즈 앞에 ‘키움’을 새겨 넣고 있다. 계약기간은 총 5년이며, 연간 100억원을 히어로즈에 지급한다. 

그동안 키움 히어로즈의 문제적 행보가 끊이지 않으면서 메인스폰서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키움증권 이전에 메인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의 경우 실제 스폰서비 지급을 중단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도 있었다. 

반면, 키움증권은 그동안 단 한 번의 공식 입장표명조차 하지 않았고, 이번 파문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구단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 정도가 키움증권 관계자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원론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스포츠전문매체 <엠스플뉴스>는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 계약 내용을 심층 분석해 보도하며 키움증권이 구단 운영전반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특이한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키움증권과 히어로즈 구단 모두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 한 야구계 관계자는 “히어로즈의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은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만약 다른 구단에서 여러 사건들 중 하나라도 발생했다면 모기업이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기업이 아닌 메인스폰서지만, 야구를 통해 많은 효과를 챙기고 있는 만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 않는 히어로즈 구단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메인스폰서”라며 “키움증권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가며 기업 이미지가 오히려 훼손되고 있는 상황인데 왜 가만히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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