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대표가 제기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자 ‘당사자 반성’을 사면의 전제로 달아 출구 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면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사면 반대 목소리가 분출됐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박주민 의원도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3일 비공개로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소집해 논의한 끝에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면서 사면 조건 제시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최고위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사면론’을 제기한 이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는 오는 14일 대법원의 재상고심 선고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과 여론을 지켜본 후 사면 건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반성이) 중요하다고 (당 발표에) 돼 있다”면서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이 ‘사면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위기라는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면서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를 해결해가는 것에 국민의 모인 힘이 필요하다. 국민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저의 오랜 충정을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의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최고위원회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문제를 저희 당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당사자들의 반성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보면서 당에서 질서 있는 논의를 해나가자라는 원칙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띄우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밀리자 외연확장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정한 이후에도 3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난을 극복하려면 둘로 갈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사면과 관련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속도 조절은 하겠지만 사면이 필요하다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대표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이 대표가 독자적으로 사면론을 띄운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 교감을 통해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의 교감’ 여부에 대해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도 이낙연 대표하고 국회의원도 같이해 봤지만 그분이 무모하게 내지르고 그럴 사람이 아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사람인데”라며 “여당 대표가 그 정도 이야기를 할 때는, 청와대에서 이 대표의 건의의 수용 여부는 제쳐두고도 여당 대표가 청와대하고 그 이야기를 사전에 하는 게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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